[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저성장 기조의 늪에 빠진 유통업체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앞두고 조직 슬림화와 직급 파괴 등 활발한 조직 개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내하고 내년에도 이어질 저성장 기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004170)그룹은 내년 3월부터 이마트와 신세계 등 주요 계열사에서 ‘사원- 주임-대리-과장-부장-수석’으로 구성된 직급 체계를 모두 없애고 ‘매니저(가칭)로 직급을 통일할 방침이다.
신세계가 직급을 파괴하고 단일 직급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불필요한 승진 수요를 억제하고 조직을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끌어가기 위함이다.
유통산업이 고속성장을 하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조직 규모가 단기간에 커지면서 이를 관리할 부장급 간부 사원의 수가 많이 필요해 평사원의 승진이 빨리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유통산업발전법 등의 영향으로 신규 점포 개설에 애를 먹으면서 부장급 승진자를 배치할 자리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 의무 도입으로 55세이던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서 간부급 사원 적체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조직 개편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승진은 조직의 성장 속도와 궤를 같이 해야 한다”며 “단일 직급제 도입으로 불필요한 승진 수요를 억제하고 조직을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롯데쇼핑(023530))도 같은 이유로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본부장→부문장→팀장→선임상품기획자(CMD)→상품기획자(MD)’ 5단계로 돼 있는 상품본부 조직을 3단계로 줄일 방침이다.
또 ‘본부장→점장→팀장→파트 리더→서포터’ 등으로 운영되는 영업본부 조직도 층별 매니저(floor manager)를 도입해 3단계로 줄일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의 조직 개편 성과를 본 후 롯데마트 등 나머지 계열사의 조직 편제도 개편할 방침이다.
롯데백화점의 조직 개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50세이상 직원의 비효율성’ 발언 이후 적극 검토됐다.
신 회장은 지난달 한 대담에 참석해 “회사에 대한 직원의 공헌과 급여의 상관관계를 검토해 보면 40대까지는 급여에 비해 공헌도가 높지만 50대 이상은 회사가 손해를 보는 구간”이라며 “정년 연장은 필요하지만 55세 이후 직원의 임금은 낮춰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비대해진 조직을 현장과 실무 중심으로 바꿔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며 “회장님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임금 피크제 도입을 앞두고 조직 개편 방향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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