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CNN, CNBC 등에 따르면 9명(남성 6명·여성 3명)으로 구성된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이같은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이날 오전 숙의 절차에 돌입한 이후 3시간도 안 돼 만장일치로 이렇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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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단은 원고인 캐럴의 주장 중 일부만 인정했다. 캐럴은 27년 전인 1996년 뉴욕 맨해튼의 한 고급 백화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지만, 배심원단은 성폭행의 증거는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했고 이후 이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캐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했다. 그는 캐럴의 성폭행 주장을 부인하면서 “그 여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등의 언급을 했다. 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적 비위와 관련해 법률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캐럴은 27년 전 어느날 한 백화점 출구에서 우연히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농담을 한 뒤 “친구 선물을 고르는 것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을 갑자기 탈의실 안으로 밀어 넣은 뒤 곧바로 문을 닫고 벽에 밀치면서 성폭행을 했다고 캐럴은 주장했다.
캐럴은 2019년 회고록을 통해 이를 뒤늦게 폭로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강력 부인하며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조롱하자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서 성폭행 혐의로 형사 고소를 할 수는 없었던 탓이다. 이와 함께 뉴욕주가 지난해 11월부터 공소시효가 지난 성범죄 피해자에게 1년 한시로 민사 소송을 허용하는 법을 시행한 덕에 금전적인 배상까지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민사 소송은 엄격한 증거를 바탕으로 유죄와 무죄를 가리는 형사 소송과는 약간 다르다. 원고와 피고 가운데 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출하는 측이 이기는 식이다.
배심원단은 이날 이처럼 평결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모두 500만달러(약 66억원)의 피해 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성추행에 대한 보상 200만달러 △성추행에 대한 징벌적 배상 2만달러 △명예훼손에 대한 보상 270만달러 △명예훼손에 대한 징벌적 배상 28만달러 등이다.
이번 평결은 민사 소송과 관련한 것이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금전적인 책임만 지게 됐을 뿐 형사적인 책임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다양한 성적 비위 주장을 받아 온 가운데 처음 법률적 책임을 지게 된 것이어서 작지 않은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차기 대권 가도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오히려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 역시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당내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를 여론조사상 다소 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