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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선 직전 탄도미사일 발사…올 들어 9번째 무력과시

김호준 기자I 2022.03.05 12:20:12

합참 "순안 일대서 탄도미사일 추정 1발 포착"
우크라 사태·대선 틈타 무력증강 시도 관측
"정찰위성 엔진시험 가능성…존재감 부각 의도"

지난 1월 1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발사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북한이 대선(3월 9일)을 나흘 앞두고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올 들어 9번째 무력시위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우리 대선 기간 정세가 혼란한 틈을 타 무력증강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8시 48분경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번 탄도미사일 비행거리를 약 270㎞, 고도는 560㎞로 탐지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달 27일 ‘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한 미사일과 비행거리(300㎞)와 고도(620㎞)가 비슷하다. 발사 위치도 평양 순안 일대로 같아 정찰위성 관련 추가 시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올 초부터 몰아치기식 무력시위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1월 5일과 11일에는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했다. 같은 달 14일엔 평안북도 피현 철로 위 열차에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17일에는 평양 순안비행장에선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불리는 KN-24 미사일을, 25일에는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27일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2발을 발사했고, 사흘 뒤인 30일엔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쐈다.

이후 2월 초 베이징올림픽이 개막하자 무력시위를 중단했지만, 올림픽이 폐막한 직후인 같은 달 27일 다시 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북한판 식목일인 식수절을 맞아 평양 화성지구에서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 식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행사에는 친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을 비롯해 조용원ㆍ리일환 당 비서, 김재룡 조직지도부장, 오일정 군정지도부장, 김영환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 주창일 당 부장 등이 동행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무력시위 재개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달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보낸 구두 친서를 통해 베이징올림픽 성공 개최를 축하하면서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노골적인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을 짓부시자”고 했다. 올림픽 성공을 위해 자제했던 무력시위를 다시금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서 이뤄져 주목된다. 이날이 사전투표 이틀째라는 점에서 우리 대선을 의식한 행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과거에도 우리 대선에 즈음해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투표를 일주일 앞둔 12월12일 ‘광명성 3호’ 인공위성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로켓 ‘은하 3호’에 실어 쏘아 올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 등을 연이어 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의 관심이 쏠린 틈을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등 국방력 강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27일 발사와 유사하게 위성로켓 발사를 위한 단계별 엔진시험 등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부각하려는 의도와 함께 국제사회 비난 여론을 의식하면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 일환임을 항변하는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난 1월 30일 쏘아 올린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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