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최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지속가능한 복지·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범부처 ‘인구정책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며 저출산 고령화 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재정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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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이 연금제도 개편을 비롯한 재정개혁이 시급하다고 본 것은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7%를 넘어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뒤 2018년에 고령인구 비중이 2배가 돼 고령사회가 됐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8년에 불과하다. 이는 프랑스(115년), 미국(73년), 독일(40년), 일본(24년)보다도 급격하게 빠른 속도다. 이 위원은 “현재 재정·복지 제도가 성장기에 설계되고 시행된 것”이라며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선 현 재정·복지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 위원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재원을 증세로 마련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1인당 매월 50만원 씩 기본소득을 지원하면 전 국민(5200만명) 지원에 연간 312조원이 필요하다. 현재 내고 있는 세금(작년 국세 277조3000억원)의 2배 가량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이 위원은 “세금을 지금보다 2배로 내라고 하면 국민적 합의가 어렵다”며 “코로나19로 경제에 위기가 온 상황에서 증세를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건 비효율적인 방안이다. 세금을 이렇게 더 내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취약계층도 많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이 위원은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보다는 연금제도를 개혁해 노후준비를 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정한 정부 5년간 현금을 살포하는 단기적 방식보다는 수십년 뒤 미래세대까지 안심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선진적 연금제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군인연금 눈덩이 적자…국민연금 2041년 적자 전환
특히 그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연금 적자·고갈을 우려했다. 기획재정부가 작년 9월 발표한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이르면 2029년, 국민연금은 이르면 2041년 보험 수입보다 연금 지급액이 큰 적자로 전환된다. 사학연금은 이르면 2049년, 국민연금은 이르면 2056년에 적립금이 고갈된다.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매년 수조원씩 적자가 늘면서 2060년 공무원연금은 최대 36조원(GDP 대비 0.6%), 군인연금은 최대 10조원(GDP 대비 0.17%)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은 2조563억원, 군인연금은 1조557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공무원·군인연금은 정부가 지급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적자만큼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보전한다.
이 위원은 “국민연금이 2041년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지금과 같은 저출산 고령화 속도면 2030년 후반이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국민연금 적자 문제가 현실화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30~40대가 직장에서 퇴직하는 시점부터 국민연금 재정 문제가 본격화 될 우려가 큰 셈이다.
이 위원은 “이대로 가서 재정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재정위기가 현실화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정부가 충분한 재정 지출을 못하게 된다.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취약계층일수록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깨질수록 사회의 약간 고리인 취약계층부터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위원은 “연금제도 개혁은 결국 현재보다 덜 받는 구조가 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갑자기 보험료를 대폭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연금 적자·고갈에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합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위원은 “4대 연금에 재정 지원을 들어가게 되면 각 연금 간 수익 구조가 유사하게 바뀌어야 한다”며 “결국 4대 연금(국민·군인·공무원·사학연금) 통합도 불가파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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