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본소득은 ‘용돈’ 불과…연금개혁부터 해야”

최훈길 기자I 2021.09.21 15:00:00

[인터뷰]‘범정부 인구TF’ 전문가 이태석 KDI 연구위원
“한정된 재원 보편적 기본소득, 효과 크지 않아”
“보편적 기본소득 2배 증세, 국민 합의 어려워”
“저출산 고령화, 국민연금 적자 3040 노후 불안”
“국민·군인·공무원·사학연금 통합 개혁 불가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원다연 기자] “기본소득은 한정된 재원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지급하면 효과가 크지 않은 용돈 수준에 그칠 것입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복지국가로 가는 지속가능한 재정운용체계를 마련하는 게 시급한 지금은 연금개혁부터 논의해야 합니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최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지속가능한 복지·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범부처 ‘인구정책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며 저출산 고령화 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재정 전문가다.

범부처 ‘인구정책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며 저출산 고령화 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재정 전문가인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 연구위원. (사진=KDI)
◇고령사회 도달에 프랑스 115년, 美 73년…韓 18년

이 위원이 연금제도 개편을 비롯한 재정개혁이 시급하다고 본 것은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7%를 넘어서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뒤 2018년에 고령인구 비중이 2배가 돼 고령사회가 됐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8년에 불과하다. 이는 프랑스(115년), 미국(73년), 독일(40년), 일본(24년)보다도 급격하게 빠른 속도다. 이 위원은 “현재 재정·복지 제도가 성장기에 설계되고 시행된 것”이라며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선 현 재정·복지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 위원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재원을 증세로 마련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1인당 매월 50만원 씩 기본소득을 지원하면 전 국민(5200만명) 지원에 연간 312조원이 필요하다. 현재 내고 있는 세금(작년 국세 277조3000억원)의 2배 가량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이 위원은 “세금을 지금보다 2배로 내라고 하면 국민적 합의가 어렵다”며 “코로나19로 경제에 위기가 온 상황에서 증세를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건 비효율적인 방안이다. 세금을 이렇게 더 내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취약계층도 많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이 위원은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보다는 연금제도를 개혁해 노후준비를 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정한 정부 5년간 현금을 살포하는 단기적 방식보다는 수십년 뒤 미래세대까지 안심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선진적 연금제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군인연금 눈덩이 적자…국민연금 2041년 적자 전환

특히 그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연금 적자·고갈을 우려했다. 기획재정부가 작년 9월 발표한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이르면 2029년, 국민연금은 이르면 2041년 보험 수입보다 연금 지급액이 큰 적자로 전환된다. 사학연금은 이르면 2049년, 국민연금은 이르면 2056년에 적립금이 고갈된다.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매년 수조원씩 적자가 늘면서 2060년 공무원연금은 최대 36조원(GDP 대비 0.6%), 군인연금은 최대 10조원(GDP 대비 0.17%)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공무원연금은 2조563억원, 군인연금은 1조557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공무원·군인연금은 정부가 지급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적자만큼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보전한다.

이 위원은 “국민연금이 2041년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지금과 같은 저출산 고령화 속도면 2030년 후반이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국민연금 적자 문제가 현실화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30~40대가 직장에서 퇴직하는 시점부터 국민연금 재정 문제가 본격화 될 우려가 큰 셈이다.

이 위원은 “이대로 가서 재정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재정위기가 현실화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정부가 충분한 재정 지출을 못하게 된다.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취약계층일수록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깨질수록 사회의 약간 고리인 취약계층부터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위원은 “연금제도 개혁은 결국 현재보다 덜 받는 구조가 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갑자기 보험료를 대폭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연금 적자·고갈에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합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위원은 “4대 연금에 재정 지원을 들어가게 되면 각 연금 간 수익 구조가 유사하게 바뀌어야 한다”며 “결국 4대 연금(국민·군인·공무원·사학연금) 통합도 불가파히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가 작년 9월 공개한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각종 시나리오(중위적극·중립·개선)에서 4대 공적연금의 재정수지가 갈수록 악화한다. (자료=기획재정부)
2015년 당시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이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을 2044년, 적립금 고갈 시점을 2060년이라고 밝혔다. 작년 9월 기재부는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적자 전환 시점을 이르면 2041년, 적립금 고갈 시점을 이르면 2056년으로 앞당겼다. 시나리오 ①은 특별한 대응책 없이 현재 인구 감소 추세(인구 중위)를 유지하고 성장률이 하락(거시 중립)하는 상황, ②는 경제체질 개선으로 성장률 하락 폭이 둔화(거시 적극)되는 상황, ③은 중위적극 시나리오에 국민연금 개혁안(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의 개선방안 3안(소득대체율 40→45%+보험료율 9→12%)을 적용한 상황 ④는 중위적극 시나리오에 국민연금 개혁안 4안(소득대체율 40→50%+보험료율 9→13%)을 적용한 것이다. (자료=기획재정부)
2019년 공무원연금은 2조563억원, 군인연금은 1조557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년 수조원씩 적자가 늘면서 2060년 공무원연금은 최대 36조원(GDP 대비 0.6%), 군인연금은 최대 10조원(GDP 대비 0.17%)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작년 적자 규모는 결산 기준, 2060년은 기획재정부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 참조, 단위=억원 (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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