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백드롭]`앙꼬 없는 찐빵` vs `대안 없는 비판`

이성기 기자I 2020.07.22 07:00:00

민주당·통합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평가
민주당, 구체성 결여된 `장밋빛 청사진`
통합당, `위선과 몰염치, 도덕적 파탄` 대여 공세만
내년 보선, 차기 대선 진검승부는 지금부터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21대 국회 개원 이후 20, 21일 이틀에 걸쳐 교섭단체(국회법 제33조 `국회에 20인 이상의 소속 의원을가진 정당`) 대표 연설이 진행됐습니다. 20일에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내표가, 21일에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습니다.

각 당 원내대표 연설문 제목은 이랬습니다.

`대전환의 시대, 위기를 기회로 바꿉시다`(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문재인 정권의 위선, 민주주의 파괴 국민과 함께 막아내겠습니다.`(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일단 현재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에 대한 진단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각 당의 지향점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국정 운영 공동체의 한 축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주안점을 뒀다면, 야당인 통합당은 현 정부의 실정과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 더 무게를 뒀습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옳은 말이긴 한데…`언제·어떻게` 구체성 결여

지난 총선을 통해 176석을 지닌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은 힘과 더불어 그만큼의 책임감을 져야 합니다.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에서 집권 후반기 여당의 국회 운영 비전을 밝히고 미래 우리 사회의 화두를 던지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한국형 뉴딜` 정책으로 운을 뗀 김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로는 △데이터청·데이터 거래소 신설 △인공지능(AI) 정부 △스마트 시범도시 △미래자동차 조기 전환 등을 제안했습니다.

고용·사회안전망 구축 강화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 부동산 투기 근절 등 `단골 메뉴`도 있었지만, 단연 눈길을 끈 것은 `행정수도 완성`이었습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이란 대원칙 아래 서울·수도권의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와 국회,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겁니다. 김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행정수도완성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제안한다”며 행정수도 이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가 이미 한 차례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는 겁니다. 야당에선 당장 현실성이 없다며 시큰둥한 표정입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헌법재판소 판결문에 의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결정됐다. 이제 와서 뒤집을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고,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온 나라 부동산이 쑥대밭인 이 시점 이번에는 `세종시 국회 이전` 이라는 국가개발의 거대 담론을 던졌다. 역시 투기 조장 1등 정부와 집권 여당답다”며 비꼬았습니다.

법조계에선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김 원내대표는 “2004년과 2020년의 대한민국은 다르며 국민의 생각도 다르다. 헌재 판결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재정립될 수 있다”면서 “여야 합의에 따른 입법적 결단으로 얼마든지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균형발전이란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왜 하필 이 시점에`라는 의구심이 나옵니다.

정해구 전 성공회대 교수는 “균형발전이란 당위와 (편한 환경에 모이려는)인간 본성이 부딪치는 문제”라며 “행정수도 문제는 시간이 걸려도 북한뿐 아니라 동북아, 동아시아 차원까지 감안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이번 제안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헌법 개정을 포함해 어떤 절차를 통해서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 행정수도 로드맵을 밝히는 것이 순서”라면서 “단지 부동산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또는 선거용 카드로 `행정수도 완성론`을 들고 나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文정부 `실정` 비판은 좋은데…그래서 대안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대여 공세에 주력했습니다. 내년 부산·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승리와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노리는 야당으로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나 민주당 정당 지지도 흐름을 봤을 때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분위기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간 상태에서 협치의 중요성과 책임론을 부각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현재까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실패로 규정한 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세율을 높인 정책은 거둬들이고, 근본적인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규제완화와 공급 확대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을 언급하며 국회 차원의 `권력형 성범죄 재발 방지 대책 특위`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위선과 몰염치`, `도덕적으로 파탄난 전체주의 정권`이란 거친 언사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특히 오는 27일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두고서는 “전문성도 없으며 대북 불법송금으로 징역형을 살았던 인사를 국가정보원장에 지명할 수 있나”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전날에는 “적과 내통했다”는 표현까지 써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공개적으로 강한 유감까지 표명한 터였습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 국정원은 국민을 상대로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 공작에만 집중했다”고 되받아쳤습니다.

◇양당 성적표는 `평균 이하`

두 교섭단체 대표의 연설에 대한 제3자의 평가는 어땠을까요. `선언만 있고 핵심은 빠져`(민주당) `대안 없는 비판의 나열` 등 싸늘했습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어떤 의제는 중요 사안인데도 아예 언급되지 않았기도 했고, 긍정적 방향을 밝힌 의제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내용이 불명확했다”며 전체적으로 아쉬운 면이 컸다고 논평했습니다.

이어 “거대 여당의 대국민 연설은 그 자체로 실행계획”이라면서 “차별금지법 제정, 비정규 노동자 대책,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통합당을 향해선 `제1 야당 대표 연설이라기엔 부끄럽다`며 더 혹평했습니다. 대안 없는 비판만 나열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 대변인은 “지금 가장 중요한 민생문제인 주거정책에 있어서 고민의 흔적이 없다”고 깎아내렸습니다. `공급만 많이 하면 모든 게 잘 된다는 식` `부동산 부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집권 여당이 잇달아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줌에도 왜 통합당에게 손을 선뜻 내밀지 않는지 그 이유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면서 “통합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대안 제시를 위한 진지한 성찰이다”고 꼬집었습니다.

결국 민주당은 알맹이 없는 `장밋빛 청사진`을 보여주는 데 그쳤고,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할 통합당은 대안 세력으로서 수권 능력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습니다.

촛불 혁명 등에 힘입어 대승을 거둔 민주당의 실력은 지금부터가 진짜, 통합당은 지금처럼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만 골몰한다면 다음에도 기회를 얻기는 어렵다는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부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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