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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 사망 제천 화재 왜 피해 컸나?…필로티구조·화물 승강기 탓

윤여진 기자I 2017.12.22 08:02:04

지상주차차량 15대에서 연기·유독가스 건물 내부 유입
화물용 승강기가 2층으로 올라온 연기를 전층으로 확산
소방당국, 합동감식 통해 발화점 확인 예정

21일 오후 3시 53분께 발생한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로 건물이 처참하게 훼손됐다. (사진= 윤여진 기자)
[제천=이데일리 윤여진 기자] 29명 사망·29명 부상자를 낸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지상 1층 주차장에서 건물 내부로 이어지는 출입구를 통해 들어온 화염이 건물 내부 화물용 승강기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29명(여 23명·남 6명)의 신원 중 1명을 빼놓고 신원은 모두 확인된 상태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22일 오전 6시 상황브리핑에서 “건물 1층이 필로티 구조(벽체를 없애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방식)인 탓에 주차된 차량 15대에서 건물 내부로 유입된 연기에 의해 2층 여성 목욕탕에서 피해가 컸다”며 “동시에 건물 6·7·8층과 구획 없이 이어지는 화물용 승강기가 연기를 확대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지상 1층 주차장에서 연기가 건물 내부 계단으로 퍼진 탓에 지상과 가장 가까운 층인 2층에서 목욕을 하고 있던 여성들이 피할 여력이 없었다. 특히 2층으로 이어지는 유리문이 깨지면서 급속히 유독가스가 상승·확산됐다.

실제 소방대원들이 2층 내부를 수색·검색 당시 탈의실 안쪽에 있던 목욕탕 내부에선 사망자가 한 명도 있지 않았다. 목욕탕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화재 발생을 알아채고 출입구가 있는 탈의실 쪽으로 나갔으나 사방이 막혀 끝내 목욕탕을 탈출하는 데 실패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2층 전면부는 통유리로 만들어져 유리를 깨지 않고서는 탈출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지상으로 이어지는 1층 출입구 쪽으로 이동할수록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 대피하기 전 탈의실에서 옷을 찾으려다 나무 재질로 만들어진 탈의함에 불이 번져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전개됐을 가능성이 크다.

21일 화재가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당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그래픽.
2층으로 유입된 연기는 건물의 모든 층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선 화물용 승강기가 급격한 연기 확산을 초래했다. 스포츠센터는 6·7·8층은 화물용 승강기와 건물 내부로 이어지는 사이 공간에 차단막 역할을 할 수 있는 아무런 시설이 없었다. 반면 4·5층은 중간에 화장실이 있어 2층에서 유입된 연기가 다른 층에 비해 확산되지 않았다. 심지어 화물용 승강기는 목재와 타일로 이뤄져 불길이 더 쉽게 번졌다.

구조대가 스포츠센터 맞은편에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초기 진입에 애를 먹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서장은 “21일 오후 4시에 화재 현장에 도착했지만 건물 앞 주차차량에 의해 근접할 수 없어 사다리를 전개하는 데 30~40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건물 내부 진입에 어려움을 겪은 구조대는 2층 유리창을 깨고나서야 내부 수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7차 인명검색 작전에 들어갔다. 현재 지휘부를 포함한 소방대원 190명이 40명씩 순환 교대하며 건물 내부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전 9시 30분부터는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감식에 들어가 정확한 발화점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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