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한국 드론업계가 붕괴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등 연구개발(R&D) 투자는 뒷전인 채 오로지 눈앞의 이익만 바라본 드론업계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23일 한국드론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시장 규모는 지난해 700억원, 올해는 약 1000억원을 예상한다. 이중 국내 드론업계의 시장점유율은 약 18%. 2015년 30%였던 것에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국내 드론업체 수는 약 1500여개다. 그 중 독자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드론을 만드는 업체는 유콘시스템, 그리폰다이나믹스 등 10여 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중국 부품을 사다 조립하고 오픈소스에서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쓰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업체들도 드론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드론전문기업 바이로봇의 ‘드론 파이터’는 완구용 드론의 새지평을 개척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에 추세를 노리고 휴인스, 이에스브이 등 여러 업체가 드론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금새 바닥이 나고 말았다. 한국업체들이 몰린 곳은 완구용 드론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완구가 유행 기간이 짧다는 것을 간과했다. 소비자들은 금새 완구용 드론에 흥미를 잃었다. 더욱이 중국의 고품질 촬영용 드론이 들어오면서 한국의 드론은 모습을 감췄다.
지난해 상반기 드론시장에 진입한 이에스브이(223310)는 지난 1월 ‘플라이드림 F3’를 출시한 뒤 사실상 드론시장에서 손을 뗐다. 업계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드론사업에 대한 투자가 거의 끊긴 상황이었으며 전략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로봇도 드론파이터 이후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인용 드론시장뿐 아니라 산업용 드론시장마저 선점하고 있다. 드론시장의 미래는 산업용 시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세계 개인용·산업용 드론시장 규모는 약 60억4900만달러(한화 6조9500억원)로 전년 대비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산업용 드론 규모는 36억8700만달러로 개인용 드론 시장 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용 드론시장은 현재는 농업, 촬영용 시장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추후에는 운송·건설·토목·측량·점검·교통제어·보안 등 산업 전반에 두루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개인용 시장에 비해 월등히 크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JD)는 1t 이상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 중이다. 땅이 넓어 철도·도로교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산간지역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장둥닷컴 관계자는 말했다. 징둥닷컴의 드론배송망은 반경 300km 지역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을 운송하는 ‘유인드론’으로 유명한 이항은 유인드론 ‘이항184’를 내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첫 시험비행을 할 예정이다. 이항 관계자는 “지난 1월 처음 공개된 이항184는 안전성 문제 등으로 1년6개월 동안 보완 작업을 거쳤다”며 “자체적으로 100회 이상의 시험 비행을 성공했다. 공개 시험무대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드론업체인 DJI 역시 촬영용 드론을 넘어 산업 전반을 타겟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문태현 DJI 코리아 법인장은 “촬영용 드론시장에서 쌓은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JI는 전세계 드론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촬영용 드론에서 절대 우위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