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점검]①아시아나항공, 더딘 체질개선에 커지는 리스크

김기훈 기자I 2016.08.02 07:01:00

LCC·외항사 도전에 수익성·재무안정성 약화로 고전
경영정상화 방안 통해 돌파…단기간 내 재무개선 어려워
"금호타이어 인수 지원여력 없다"…의구심은 여전



올 들어 본격화된 기업 구조조정과 더불어 매년 이맘때 금융당국이 발표하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재무안정성 약화로 신용위험에 노출된 대기업들에 대한 크레딧시장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신용도 저하가 계속되며 자금 조달마저 쉽지 않은 와중에 이들 기업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이데일리는 신용위험 이슈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된 대기업 5곳을 선정해 현재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회사 측의 대책과 크레딧시장의 견해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저비용항공사(LCC)와 외국계 항공사들의 거센 도전 속에 시장지배력과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항공기 투자는 계속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신용등급은 ‘BBB’까지 떨어졌고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난국 타개를 위해 지난해 말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고 매년 16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줄이기 위해선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크레딧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과정에서의 재무부담 확대 우려도 떨쳐야 할 숙제다.

◇실적 부진·재무건전성 악화 지속…필요자금 조달 쉽지 않아

아시아나항공은 매출 비중이 높은 중단거리 노선의 경쟁 심화와 화물 부문 부진 탓에 수익성 악화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LCC들이 지속적으로 노선을 확충하고 외항사들이 취항노선을 다양화하면서 작년 기준 국내와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 매출이 전체 노선 매출의 63%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규·교체 항공기 투자를 위한 외부자금 조달은 2013년부터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에만 약 8600억원에 달하는 항공기 도입 관련 투자를 단행하면서 1분기 말 기준으로 1년 새 순차입금은 3조6200억원에서 4조4000억원으로 7800억원가량 늘어났고 부채비율은 665%에서 981%까지 치솟았다.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1조8300억원을 웃돌지만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400억원 수준이다. ABS 발행을 통해 근근이 차입금을 상환하고 있지만 발행잔액이 많아질수록 신용도 하락 위험이 커지는 부작용이 따른다. 다음 달 말 9개월 만에 500억~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을 모으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영정상화 노력 계속…신평사 “단기적 재무부담 완화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 들어 자발적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 방안에 따라 블라디보스톡과 양곤, 발리 등 저수익 노선을 중단하고 로마와 델리 노선을 강화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며 “국내외 지점을 통합하고 인위적 구조조정 대신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인력 지출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서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과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처럼 회사와 사업연관성이 적고 시너지가 없는 비핵심사업을 구조조정하는 체질 개선을 통해 장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레딧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사측의 계획대로라면 단기간에 재무부담을 덜어내긴 어렵다며 위기 상황임을 고려할 때 좀 더 가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항공수요 증가세와 유가 하락 등 우호적 사업환경을 고려하면 재무안정성 지표가 일부 개선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신규 항공기 도입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 부담, 금융비용, 항공기 임차료 등 연간 지출 규모를 감안할 때 차입금 감축을 통한 재무부담 완화는 당분간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금호타이어 인수 지원 여력 없다”…가능성 배제 못 해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싸고 가시지 않는 의구심 중 하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 과정에서의 직간접적인 지원 부담 확대다. 그룹 총수인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말 그룹 재건의 핵심인 금호산업을 인수한 뒤 사모펀드(PEF)에 매각했던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를 다시 사들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호고속의 경우 이미 그룹 지주사인 금호기업이 100% 지분을 가진 금호터미널을 앞세워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호타이어는 덩치가 훨씬 커 인수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현재 금호타이어 시가총액 1조47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매각가는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돼 자금력이 떨어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계열사나 외부 우호 세력을 끌어들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전에 참여할 여력은 없다”며 “지금으로선 경영 정상화 방안 이행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인수 여부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면서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한편 추가로 금호타이어 인수 등을 통한 그룹 외연 확장과 지배구조 개편을 도모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그룹 내 위상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계속 관찰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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