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뇌염하면 모기에 의한 일본뇌염을 떠올리지만 정작 이와 같은 바이러스성 뇌염보다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 자가면역뇌염이다. 심각한 뇌기능 손상을 일으키는 자가면역뇌염은 세계적으로도 급증하고 있는데 최근 효과적인 치료법이 제시됐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순태·주건·이상건 교수는 난치성 자가면역뇌염 환자에게 림프종이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표적 면역치료제인 리툭시맙(Rituximab)과 토실리주맙(Tocilizumab)을 사용한 결과, 약 80%의 환자가 완치되거나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증상이 호전됐다고 22일 밝혔다.
자가면역뇌염은 높은 사망률과 심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나타내는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뇌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주로 기억소실, 의식저하, 뇌전증발작, 이상행동 증상이 나타난다.
2007년 항NMDA수용체 뇌염 진단법 개발이후 다양한 종류의 자가면역뇌염으로 판정된 환자가 최근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간 약 1,200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중 확진되는 환자는 100~200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치료법은 초기 연구단계에 있으며, 스테로이드나 면역글로불린 투여 등 고전적인 면역 치료에 불응하는 난치성 환자는 치료방침 조차 없다.
연구팀은 자가면역뇌염 환자들에게 리툭시맙과 토실리주맙을 투여하고, 기존 치료를 유지한 그룹과 비교해 효과를 분석했다. 우선 연구팀은 고전적인 면역치료제에 불응하는 환자 55명에게 리툭시맙을 투여했고, 60%인 33명이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호전되었다. 리툭시맙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27명에서는 22%인 6명만이 호전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 이 교수팀은 리툭시맙에도 반응이 없는 환자 30명에게 토실리주맙을 투여했고, 60%인 18명이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좋아졌다. 결국, 두가지 치료법을 조합해 80%를 상회하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었다.
특히 이 두가지 치료제는 이상 반응 발생 빈도와 심각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자가면역뇌염 치료에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함을 확인했다. 이순태 교수는 “이 연구는 뇌기능이 한번 손상되면 치료가 어렵다는 기존 개념을 극복한 결과로, 자가면역뇌염 치료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의미가 있다”며 “자가면역뇌염은 심각한 뇌기능 손실을 유발하지만, 조기에 진단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하면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자가면역뇌염에서 다양한 면역치료제 사용의 인증을 추진하는 한편, 새로운 치료 방침을 정립하는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연구 결과는 신경과 분야의 유력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과 신경치료(Neurotherapeutics) 저널에 최근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