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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는 몇 개나 넣을 거지? 소재 개발 더 해야겠다. 이걸로는 부족해.”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서 도전자의 작품을 날카롭게 지적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홍익대 연구실에서 석사학위논문을 지도 중인 간호섭(43)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를 만났다.
간 교수는 20대에 미국 드렉셀대 졸업컬렉션에서 최우수디자인상을 받아 현지 언론에 소개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졸업 후 뉴욕을 무대로 코킨, DKNY 등 유명 패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던 간 교수는 28살 때 덕성여대에서 처음 강단에 섰다. 간 교수가 강단에 선 것은 부모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들과 함께 작업하며, 이들이 디자이너로 자리잡아 가는 모습에 또다른 보람을 느낀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한국을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 이끌어 갈 것이란 꿈을 꾼다.
간교수는 대학 강단에 선 이후에도 각종 브랜드와의 합동 기획, 외국과 한국 간 패션교류를 위한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왔다.
교수로, 디자이너로 화려한 40대를 보내고 있지만 간교수 또한 20대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밤잠을 설쳤다.
“지금의 20대처럼 나중에 뭐가 될까 불안했어요. 하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결국 본인이 헤쳐나가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매진하라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해줄 말이 없네요”
‘원하는 일을 찾으라’ 교과서적인 이 조언에는 치대생에서 패션디자이너로 변신한 그의 삶이 녹아 있다.
간교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가 원하던 치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그는 치대 수업이 즐겁지 않았다.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은 뭘까를 고민하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결론을 내린 간 교수는 과감히 치대를 그만두고 패션다자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제일 좋아하는 게 뭔지 찾아보세요. 물론 모두 성공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 확률이 높아지겠죠. 인생의 후회나 미련도 안 남을 거에요.”
그는 안정적인 의사의 삶을 버리고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를 선택했기에 지금처럼 초 단위로 흘러가는 일정속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고 했다.
간 교수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5월 중에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와 웹 기반의 패션 서비스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10대는 소망하고 20대는 도전하세요. 30대라면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세요. 40대에 접어든 지금은 하고 있는 일에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10대와 20대, 30대에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지금 매진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