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이데일리는 하루 평균 인명피해만 260명에 달하는 산업재해의 실태를 짚어 보는 한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공간을 마련했다. 연속 기사 두 번째로, 산재보상 실제 사례를 통해 산재보상의 허와실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비정규직 근로자 김철수씨(33·가명)는 청바지 원단을 싣고 2층으로 이동하던 중 화물 엘리베이터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하로 떨어져 허리와 팔목을 다쳤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1년 가량 요양했지만 후유증이 남아 장애 9등급 판정을 받았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A씨와 같은 산업재해자 근로자는 4만4396명이나 된다. 이 중 ▲사고 부상자 4만112명(90.4%) ▲질병으로 인한 환자 3250명(7.3%) ▲사고사망자 667명(1.5%) ▲질병사망자 367명(0.8%) 순이다. 작년 동기 대비 평균 9.5% 줄긴 했지만, 매년 4만여명의 근로자 사고는 여전하다.
특히 사고 부상자의 경우 부상 정도에 따라 장애급여가 지급되는 데, 이 보상금은 아는 만큼 받을 수 있다. 때로는 산재보험 보상이 더 유리할 수 있고 때로는 손해배상 청구가 더 유리할 수 있지만, 이를 알려주는 곳은 거의 없다.
◇ 사망 보상금..8500만원
산재보험의 경우 기본임금을 환산한 1300일분(일시금 기준)의 유족보상금이 지급되고 여기에 장례비로 120일분이 추가된다.
김씨가 사망했다고 가정하면 그의 산재보상금은 평균임금 6만원의 1420일분인 8520만원이 된다. 만약 김씨의 나이가 많아 평균임금이 높았거나 고액 연봉자였다면 보상금도 높겠지만, 그의 평균 일급이 6만원인 비정규직 근로자라 다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때 사고 과실 유무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법원에서는 산재보험과 달리 퇴직할 때까지 벌 수 있는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보상액을 정하기 때문에 젊을수록 보상금이 더 높아지게 된다. 만약 김씨의 과실이 낮은 상태에서 손해배상으로 2억원이 청구됐다면 김씨의 산재보상금 8500만원을 제외한 부분만 받을 수 있다.
결국 이렇게 소송까지 해서 받을 수 있는 김씨의 목숨값은 2억원에 불과하다.
◇ 장애 9등급..보상금은 3600만원
문제는 장애등급이다. 산재 환자의 치료가 끝난 후 후유 장애에 따라 보상금이 수천만원까지 차이 나는데, 장애등급 구분에서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장애등급을 매길 때 자문의사회의를 통해 정하고 있다. 이 때 환자의 주치의와 근로복지공단 자문의가 의견을 나누고, 의견이 합치되지 않으면 제3의료기관에 특별진찰을 보내서 등급을 정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근로복지공단 자문회의 내부 결정에 의해 정해지고 있어 등급은 하향 결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상반기 등급별 장애현황을 보면 ▲1등급 112명 ▲2등급 59명 ▲3등급 40명 ▲4등급 54명 ▲5등급 144명 ▲6등급 280명 ▲7등급 459명 ▲8등급 870명 ▲9등급 912명 ▲10등급 2366명 ▲11등급 2107명 ▲12등급 4339명 ▲13등급 1111명 ▲14등급 4562명 등 대부분이 장애가 경미한 10등급 이상에 포함됐다.
김씨의 경우 장애9등급 판정을 받아 휴업급여(764만원)와 요양급여(565만원), 장애급여(2310만원)가 더해진 총 3639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하지만 산재 후유증으로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어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위자료 등 6000여만원을 더 받는다고 해도 그가 다치기 전에 벌수 있는 평균소득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약 김씨가 업무에 복귀해 다시 산재를 당한다면 이번엔 이보다 낮은 보상을 받을 확률이 높다. 기존에는 과거 재해와 상관없이 보상이 이뤄졌는데,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1·2차 재해를 조정해서 2차 재해를 공제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다친 것보다 축소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웅 노무법인 산재 대표는 “같은 부위가 아니라면 따로 보상해 주는 게 맞는데도 공단이 법령을 안 고치고 공단 지침으로 이같은 보상을 해주고 있어 문제”라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연구원도 “산재의 경우 은폐, 왜곡, 축소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가 더 많다”라며 “산재를 산재로 제대로 인정하지 것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