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에 담긴 남북문제는?…

노컷뉴스 기자I 2011.09.04 18:44:05

"남북정상회담은 노무현 퇴임작"
"북한-미안마, 쌀과 무기 맞거래" 등 위키리크스 폭로

[노컷뉴스 제공]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2일 가지고 있던 미국 정부의 외교전문 일체를 전격 공개했다. 그 양만 25만1천287건에 이른다.

지난해 11월부터 하루 정도씩 순차적으로 공개해온 것에 비교할 때 파격적인 것이다.

이 가운데는 남북 관계는 물론 한미.북미 관계 등에 관한 예민한 내용이 상당히 많이 포함돼 있다.


◈ 미국 대사 "남북정상회담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작"

지난 2007년 10월에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퇴임작’(swan song)이라는 표현으로 본국에 보고했다.

swan song은 백조가 원래 울지 않는 새이지만 죽기 바로 직전에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는 믿음에서 유래된 말이다.

즉, 작가나 배우 등 예술가들의 최후의 작품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swan song이라는 표현을 노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을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으로 표현한 것으만 해석할 수는 없다.

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10.4 선언’이 나온 다음날인 5일자 서울발 미국 비밀외교전문에 따르면,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10.4 선언을 정상회담에서 이뤄낸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작품으로 봐야한다”라고 보고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조속한 남북통일에 대체로 관심이 없는 한국민이 10·4선언에 담긴 대북 경제협력의 청사진을 현실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10·4 선언이 너무 늦었다고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버시바우 대사는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에 경제적으로 너무 많은 약속을 했고 비핵화 절차에 앞서서 한반도 평화를 선언하려 한다“고 평가해 당시 비핵화에 대한 논의에 진전이 없던 상황에서 10.4선언이 종전선언 처럼 비춰지는데 대해 미국 정부가 불만을 갖고 있음을 나타냈다.

또,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 초소 문제 등이 논의된다면 남북정상회담은 상호 신뢰구축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이를 장려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버시바우 대사는 보고했다.

◈ “북한-미얀마, 쌀과 재래식 무기 맞거래"

위리리크스는 북한이 미안마로부터 국제시세보다 싼값에 쌀을 수입하고 미안마에 재래식 무기를 건네줬다고 미국 외교전문을 인용해 폭로했다.

양곤 주재 미국대사관의 2009년 7월2일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얀마는 2009년 1∼6월 북한에 2만t의 쌀을 수출했는데 이는 북한으로부터 재래식 무기와 기술을 지원받는 대가인 것으로 미국정부는 추정했다.

북한이 미안마로부터 사들인 쌀은 당시 국제 시세보다 t당 70달러 낮은 t당 280달러였다.
 
그러나, 북한에 수입한 쌀은 품질이 매우 낮아 식용으로는 적절치 않는 것이었다.

미안마가 받은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양곤에 있는 군사기지로 전달된 것으로 미국 정부는 파악했다.

이밖에, 북한은 2009년에도 중국을 거쳐 어뢰용 배터리를 이란에 수출한 사실은 미국 정부는 포착했다.

◈ 북한, 2009년 핵실험 직전 중국에 통보

북한은 2009년 제2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25분 전에 중국측에 통보했다.

당시 북한은 미국과 중국에 각각 24분전, 29분 전에 통보한 것으로 한국언론은 보도했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에는 “제멋대로 핵실험을 했다”며 북한에 강한 분노와 불만을 표시했지만 2차 핵실험 때는 차분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주중 북한 대사를 불러 항의했지만 “유엔 안보리가 북한 지도자들을 제재 대상에 올려서는 안된다” “북한 선박을 차단하고 북한 주민의 생활과 인도적 대북 지원에 악영향을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김정일, 중국 불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믿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위키리크스는 외교전문을 통해 주장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2009년 8월29일 국무부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당시 북한을 방문중이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오찬에서 “중국을 믿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정은 회장이 방북을 마치고 돌아와 캐슬린 스티분스 주한 미 대사에게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을 전해준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또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꼬이는 이유가 ‘북한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가 주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내용도 미국 외교전문에 포함돼 있다.

◈ 강경파 김태효 "북한과는 철학적 얘기는 피해야“

대북 강경파인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은 2009년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앞두고 미국정부 관계자들에게 “북한과 철학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를 피하라”는 의견을 전했다.

북측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을 요구하며 보즈워스 대표를 자극할 것이기 때문에 말려들지 말라며 나름대로 접근법을 조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효 비서관은 또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이란에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청와대는 한국 기업들의 대이란 투자사업을 강력하게 말리고 있다"라는 사실도 밝혔다.

◈ 미, 북한 관련정보 홍콩은행에 건네

미국이 대북압박을 강화할 당시 2009년 홍콩 주요 은행에 대북제재 동참을 요청하면서 북한 관련 기업과 인물에 관한 정보를 건넨 사실도 외교전문을 통해 밝혀졌다.

한국 컨소시엄이 2009년 UAE 원전 수주 당시 한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의혹을 미국 기업들이 제기하면 반발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국 정부가 2010년 2월 한국에 입국한 위구르 독립운동 조직 간부의 중국 송환을 거부하자 중국 정부가 자국 내 탈북자의 한국 인도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미국 외교전문은 본국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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