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후계자 누가 될까..지원자 `구름떼`

김윤경 기자I 2007.04.30 09:16:38

600여명 지원..버핏 `선발 어려움` 시사
20명 추려내 100억弗 운용 시험 통과해야
젊은층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76)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후계자는 누가 될까. 그의 높은 이름값만큼 뒤를 이를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버핏 회장은 자신이 모두 맡아 온 최고경영자(CEO) 역할과 별도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공개 모집키로 하고 지난 달 구인광고를 내자, `제2의 버핏`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력서가 전세계에서 구름떼처럼 몰려 들었다.

버핏 회장의 집무실 책상엔 `너무 어려운(TOO HARD)`이란 라벨이 붙은 작은 상자가 하나 놓여 있다. 바로 지원자들의 서류를 모아놓은 곳이다.
 
◇전세계 각계각층 인물 `버핏 후임자` 지원

▲ 워렌 버핏 회장
학력과 경력에 제한을 두지 않은 조건 때문에 그야말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지원에 나섰다. 현재까지 약 600명이 지원한 상황.

대학 졸업장은 없지만 집에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탈무드 연구자가 지원을 했는가 하면, 캐나다 이코노미스트와 20세짜리 대학생도 지원했다.
 
오레곤주의 한 변호사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며 자신의 4세짜리 아들을 추천하기도 했다.
 
자신은 이미 막대한 부를 쌓았다며 공짜로 일하겠다는 49세의 남자도 있었다. 그는 1년에 연봉 1달러만 줘도 과분하다며 의욕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핏 회장이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마치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노래자랑을 통해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같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후계자 선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을 빨리 간파하는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버핏 회장은 " 저 상자 안에 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 이력서에서 얼마나 받고 싶은지를 밝힌 지원자가 없었는데, 나는 노예를 부리고자 하는 건 아니다"라며 성과에 따라 막대한 보수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20명 추려낸 뒤 100억弗 시험투자 거쳐 선발
▲ 버크셔 해서웨이

버핏 회장은 찰스 멍거 부회장의 도움을 받아 상자 안 이력서에서 20명의 가능성을 가진 인물을 추려낸 뒤,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연례 주주총회 이후 직접 이력서를 꼼꼼히 검토해 이 가운데 1명, 혹은 2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10년간의 투자 성과를 살펴보게 된다.

또 버크셔의 모든 투자 포트폴리오를 넘기기 전에 100억달러를 먼저 주어 시험삼아 굴려보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버핏 회장은 최고경영자(CEO)와 CIO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해 왔다. 그는 아직까지 1200억달러에 달하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지고 있다.
 
그는 1965년 버크셔 주식을 1000달러에 사들였고, 현재 그 가치는 700만달러 이상에 달한다.  
 
인력채용 전문가들은 버핏 회장의 후임자 선정 방식을 비난하고 있기도 하다. 대중적인 성과보다 개인적인 투자 성과에만 방점을 둔다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사실 미국내 이름난 머니 매니저들은 버핏 후임자에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능력갖춘 사람 선발..가르칠 계획 없다"

WSJ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후계자 선정이 자신이 직접 가르치는 `멘토십(mentorship) 프로그램`은 아닐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미 투자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를 뽑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지난 3월1일 공개된 연례 주주 서한에서 "심각한 리스크에 대면하기 전에, 혹은 대면했을 때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을 `유전적으로`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독립적 사고와 감수성, 통찰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WSJ은 버핏 회장의 후계자는 젊은 편에 속할 것으로 관측했다. 

1959년부터 버핏을 보좌해 그를 잘 아는 인물이지만, 이미 83세 나이의 멍거 부회장은 후계자는 아닐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 멍거 부회장은 "이상적인 인물은 30세는 더 어린 사람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버크셔의 자회사인 자동차 보험사 가이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루이스 심슨도 물망에 오른 바 있지만, 역시 70세로 나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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