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킹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미래에셋증권이 당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일과 5일 모바일웹 휴대폰 인증 로그인 서비스와 사내 그룹웨어가 잇달아 공격을 받아 고객 3800여 명의 계좌번호와 임직원·퇴직자·외주직원 3만 5200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앞서 KB국민은행과 대신증권도 유사한 해킹을 당했다. 이들을 포함해 지난 9월 말 이후 한 달여 동안 모두 37개 금융회사에서 해킹으로 50만 건에 가까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최근의 해킹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AI 기반의 해킹 도구는 공격 대상 서버의 반응에 따라 즉각적으로 공격 방식을 변경하기 때문에 기존 방호 체계로 방어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더 강력해진 해킹이 금융권을 집중 공격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지난달 말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해킹으로 수조원대 자금 유출 피해를 입었으나 국내 대형 금융회사에서 자금 유출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아직 없다. 다만 국내에서도 온라인투자 연계 금융업체인 줌펀드, 전자지급결제 대행업체인 페이허브 등 몇몇 소규모 업체가 각각 수억원대의 자금유출 피해를 입었다.
개인정보 유출도 보이스피싱을 포함한 각종 범죄와 연결될 수 있어 가볍게 볼 일은 아니지만, 해킹으로 곧바로 자금 유출 피해까지 발생할 가능성까지 높아져 우려된다. 게다가 금융권 해킹은 금융거래 왜곡이나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증권회사·가상자산업체 등 전국 580여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사이버 보안에 관한 긴급 전수 점검에 나섰다. 해킹 대응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런 대응은 사후 점검·제재일 뿐이어서 한계가 뚜렷하다. AI 시대에 빠르게 진화하는 해킹은 더 빠른 속도의 선제적 대응으로만 막을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AI 방호벽을 튼튼하게 세우는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이버 보안 차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검토 중인 이 분야 국가적 컨트롤타워도 더 늦기 전에 신설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