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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또 기업인 200명 줄소환, 국감 구태 언제 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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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5.10.10 05:00:00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오는 13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약 4주간 실시된다. 올해 국감도 기업인 줄소환이라는 악습을 버리지 못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200여명이 증인 명단에 올랐다.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국감은 말 그대로 국회가 830여 개 기관을 상대로 국정을 감사하는 자리다. 1분 1초가 아쉬운 기업 총수, 최고경영자(CEO)를 증인으로 부르려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국회는 마구잡이 호출식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정감사장은 의원들의 일방적 호통이 고질병이 되다시피 했다. 증인들은 몇 시간을 대기하다 고작 몇 마디도 못하고 돌아가기 일쑤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상의 회장 자격으로 오는 2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행사를 주관한다. 같은 날 국회 정무위는 SK 계열사 부당 지원 실태를 따지겠다며 최 회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국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기업 총수를 이런 일로 꼭 불러야 하는지 의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17일 경찰청 국감 때 협력사의 노동자 집회, 책임경영과 관련해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다. 경찰청 국감에, 그것도 본질적인 경영 외 문제를 따지기 위해 굳이 그룹 총수를 불러야 하나.

올해 기업인들은 국익 최일선에서 전방위로 맹활약했다.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협상을 잠정 타결할 때 조선업을 필두로 한 한미 제조업 동맹 전략이 주효했다. 이와 별도로 정의선 회장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8월 하순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했고, 코앞에 닥친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도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국회가 공로를 인정하지는 못할망정 동네북인 양 기업인더러 오라 가라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국감은 국정의 잘못을 파헤치는 자리다. 민간 기업인 호출은 최소화하는 게 옳다. 총수가 국감 증인으로 나가면 기업은 비상이 걸리고, 다른 일상 업무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감 줄소환보다는 기업 관련 대형 이슈가 터질 경우 상임위가 청문회를 통해 현안을 집중 논의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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