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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53조는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일명 ‘거부권’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재의요구권은 헌법에 명시된 조항이다.
장 연구관은 거부권 행사 유형을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는 경우 △정책적으로 부당한 경우‘ 등으로 구분했다. 정책적으로 부당한 경우는 △재정상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 △대통령의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로 나눴다.
이같은 기준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취임한 뒤 올해 8월 7일까지 행사한 거부권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가 8차례,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7차례였다.
헌법적 사유로 거부한 법안에는 채상병 특검법 2건과 김건희 여사 및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야당이 강행 처리해 권력 분립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정책적 사유로 거부한 법안에는 양곡법·방송3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등이 포함됐다. 산업 구조 문제를 심화한다거나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장 연구관은 대통령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넘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비판적 견해로 ’제한적 해석론‘이 소개됐다.
제한적 해석론은 “대통령은 법률안을 거부할 때 국회의 논의를 존중해야 하고 정당한 근거가 없다면 거부를 자제해야 한다. 특히 헌법적 사유가 아닌 정책적 사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용하면 국회는 대통령의 정책에 부합하는 법안만 통과시킬 수 있게 돼 삼권분립 원칙이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헌법에는 거부권 행사에 관한 아무런 요건이 없으므로 대통령이 사실상 제한 없이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도 보고서에 함께 소개됐다.
일각에서는 거부권 행사 사유를 헌법·법률로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장 연구관은 “헌법 개정이 여러 차례 좌절됐고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해 제도적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에 장 연구관은 “결국 거부권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 스스로가 이송된 법률안에 대해 국회의 논의를 존중하고 거부권 행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정파적으로 또는 무분별하게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와 협치를 통해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또 “법률안을 헌법적 사유로 거부할 경우 위반 조항이나 헌법상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법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고, 정책적 사유로 거부할 경우 법률안의 문제점을 논리정연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연구원은 헌재 산하 연구기관이다. 향후 헌법재판에서 다뤄질 수 있는 쟁점을 미리 연구해 헌재의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