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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고인에 대해 “희생된 동생이 둘째다. 그 밑에 동생들한테는 직접 공부를 가르쳐주면서도 본인 학교생활이나 자기개발에 소홀히 하지 않는 작지만 강한 친구였다”며 “대학교 다니면서부터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겠다고 알바를 2~3개씩 하면서 번 돈으로 토익 학원을 다니고 면허를 땄다. 매일 플래너를 쓰며 일분일초를 허투루 쓰지 않는 열정이 많은 동생이었다”라고 회고했다.
A씨는 고통스러운 당일의 행적에 대해선 “동생을 10월 30일 새벽 1시 30분에 안치실에 안치를 시켰는데 병원에 와 계시던 형사님들께서 ‘부검을 해야만’ 동생을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고 했다”며 “응급실에 앉아서 2시간가량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다시 형사분께 여쭤봐도 위에 내려온 지시가 없다 보니 섣불리 말씀을 못하시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일 오전 9시 50분쯤에 대통령 담화문이 발표된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곳에서도 연락 한 통을 받지 못했다”며 “답답해서 지역 구청, 서울시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등 다양한 공공기관에 전화를 드렸지만 이렇다 할 답변이나 진행상황을 말씀해 주시는 분이 안 계셨다. 동생이 안치실에 들어가기까지 14시간 정도 걸렸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A씨 가족은 거주지가 서울이지만, 일대일 매칭된 공무원은 강원도 소속 경찰이었다. A씨는 “한 분은 강릉경찰서 또 한 분은 삼척경찰서 소속이었다”며 “왜 서울까지 오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먼 거리에 오신 분들께 죄송하지만, 지원을 받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부연했다.
A씨는 “이 참사로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다. 저희 유가족들이 바라는 건 무분별한 사퇴나 파면이 아니닌 진심 어린 공감과 이해, 이를 바탕으로 진심에서 우러러 나오는 사과”라며 “모든 유가족이 참사가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58명의 희생자가 단순히 유흥을 즐기다 참사를 당한 철없는 사람들로 폄훼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목소리를 냈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절대 가릴 수 없다. 바라건대 비극적인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희생되는 참사는 제발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치권 등에선 이태원 참사 유족에게 책임을 묻는 비난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 큰 자식들이 놀러간 것을 부모도 못 말려놓고 왜 정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냐”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자식들이 날 때부터 국가에 징병됐나”라고 비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공식 출범에 대해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유가족들로부터 ‘왜 갈라치기를 하느냐’며 거센 반발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