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에 '지소미아 종료' 재고 촉구…독도훈련 "비생산적"

이준기 기자I 2019.08.28 07:34:22

익명 당국자 "韓 생각 바꾸길 바라"…안보이익 직접 거론하며 '압박'
美국무부 "독도 방어훈련, 생산적이지 않아"…이례적으로 문제 삼아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이 2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 한국 측에 재고를 촉구했다. 그동안 실망·우려만을 표해왔던 미국이 안보이익을 거론하며 직접적인 대한(對韓)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의 독도방어훈련에 대해서도 한·일 갈등 해결에 “생산적이지 않다”며 불편한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미국이 사실상 정례로 시행돼왔던 한국의 독도훈련을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소미아 종료 문제로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적잖이 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지소미가아 11월 (22일) 종료되기 전 “한국이 생각이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동북아 역내에서 중국의 입장을 더 강화하거나, 적어도 동맹구조가 (중국에) 덜 위협적이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이 당국자는 “중국이 한·미·일 동맹을 냉전의 잔재라고 부르면서 오랫동안 반대해왔다”고 말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북한을 넘어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안보상 이익이 침해됐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미국을 통해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한국의 논리도 정면 반박했다.

또 다른 미 당국자는 AFP통신에 “그런 방식은 핵무장을 한 북한에 직면했을 때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뒤, 2016년 지소미아 체결 이전의 한·미·일 3각 정보공유 체제와 관련, “위기 상황에서 꽤 번거롭고 매우 불편하며 사실상 쓸모없다”며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는 시간이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미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의 독도훈련을 둘러싼 한·일 갈등과 관련, “최근 불화를 고려할 때 ‘리앙쿠르 암’(Liancourt Rocks)에서의 군사 훈련의 시기와 메시지, 늘어난 규모는 계속 진행 중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리앙쿠르 암은 독도의 미국식 표기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도 국무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한·일 갈등)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않는 행동들”이라며 “단지 그것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 고위 당국자는 “(한·일) 양측이 문제를 진정시킨 다음 진지하게 (협상에) 되돌아오면 감사하겠다”고 말해, 미국이 갈등에 개입할 의사는 없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6월 예정됐다가 한·일 관계를 의식해 연기한 독도 방어훈련을 현지시간 지난 25~26일 이틀간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훈련 중지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었다.

그러나 1996년 이후 정례로 이뤄진 한국의 독도훈련에 대해 그동안 미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다. 이를 두고 한·미 외교가에선 지소미아 종료 문제로 불만이 쌓인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일 갈등 와중에 여러 경로를 통해 꾸준히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한국이 이를 걷어찬 데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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