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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중소기업을 잡아라.” 중기대출시장을 놓고 은행간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동산금융 및 기술금융 대출 확대에 나선다. 정교한 평가를 통해 우수한 동산담보와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중소기업 경영지원 디지털 플랫폼인 ‘박스’(BOX)‘ 가입 기업이 1만 곳(9일 기준)을 넘어서는 등 중소기업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2755억원으로 전체의 59.1%를 차지했다.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6월 말 현재 56조956억원으로 약 30% 점유율을 보였다. 두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1위다.
김도진 행장 역시 지난 1일 창립 기념사에서 “기술금융과 동산금융, 플랫폼 사업을 선점해 양적 초격차에서 질적 초격차로 경쟁자를 압도해나가야 한다”고 말해 대출확대를 독려했다.
김 행장의 이러한 발언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업은행 내부에선 시중은행들이 최근 새 먹거리 확보차원에서 중기대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어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올 들어 중기대출 잔액은 16조원 넘게 순증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자금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대출 금리에 매우 민감하다”며 “중기고객 확보를 위한 은행간 금리경쟁이 치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은행은 우위를 갖춘 기술금융과 동산금융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분야 전담부서인 본점 기술금융부는 감정평가사 등을 포함해 30명이 넘는다. 기업은행은 기술금융부 중심으로 중소기업 동산 및 기술의 감정평가 모형을 더욱 정교화해 우수 기업을 많이 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자금공급 규모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동산금융의 경우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만큼 양적확대도 병행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5월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 동산담보대출’을 출시한 뒤 현재까지 4000억원 넘게 공급했다. 내년 말까지 추가로 6000억원을 신규공급할 계획이다. 스마트 동산담보대출은 지원대상 기업의 신용등급과 업종제한을 배제하고 기계와 장비 등 동산 담보인정비율을 기존 40%에서 최대 60%까지 확대한 게 특징이다.
기업은행이 정책자금 맞춤 추천 등 중소기업 경영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이달 초 출시한 ‘박스’ 가입 기업은 1만곳을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 기업은행 측은 중소기업 대출규모를 무조건 늘리기 보다는 개별 기업의 맞춤형 지원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스는 ‘기업 경영지원 전문가(Business Operation eXpert)’라는 의미로 △정책자금 맞춤 추천 △비대면 대출 지원 △생산자네트워크 지원 △기업 부동산 매매 중개 △일자리 매칭 등 12개 분야의 금융·비금융 솔루션을 제공해 은행과 기업, 기업과 기업을 연결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2200여명을 심층 인터뷰하는 등 박스 출시를 위해 2년여간 공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