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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29일부터 올해 4월 29일까지 총 23차례에 걸쳐 열린 ‘촛불 집회’는 광장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국정 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저마다의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고 울분을 토해내며 새로운 세상 만들기에 나섰다.
5만명(경찰 추산 1만 2000명)으로 시작한 촛불 집회는 한 달이 채 안 된 3차(11월 12일)에서 100만명의 들불로 번지며 새로운 역사를 예고했다. 국정 농단 특별검사 수사와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정권 교체와 문재인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진 지난 1년은 우리 사회를 ‘촛불’ 전후로 나눠놓기에 충분했다.
헌정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촛불 집회 1주년을 앞두고 역사적 현장을 함께 한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 직접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은 자발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어 낸 역사의 산증인인 점을 뿌듯해 하면서도 ‘나라 다운 나라’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더딘 발걸음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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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농 제거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황재선(19·상암고 3년)군은 “처음엔 봉사활동 20시간만 채울 요량이었다”며 “촛불 시민들을 음지에서 돕는다는 보람이 커 집회 때마다 봉사활동을 나갔다”고 말했다.
6차부터 20차까지 3개월 간 매 주말 5시간씩 거리 곳곳에 떨어진 촛농을 긁어낸 황군은 지금은 수학능력시험을 눈 앞에 둔 고3이다. 황군은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면 여전히 정유라처럼 돈 많은 사람들이 살기 쉬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래도 촛불집회’이후에는 우리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자신에게 촛불은 ‘희망과 행복’이란 정의한 황군은 “언젠가는 우리나라가 살기좋은 나라, 행복한 나라가 될 거라 믿는다”고 했다.
사회에 별 관심이 없는 공대생이었던 김요한(27)씨는 ‘어쩌다보니’ 집회 현장에서 깃발을 책임지는 기수(旗手)가 됐다.
뉴스에서 ‘혼자온사람들’ 깃발을 본 뒤 3차부터 참여했다는 그는 “‘나 같은 일반인들이 모여도 세상이 바뀔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됐다”고 돌이켰다. 최근 공영방송 정상화 요구집회에도 참가했다는 그는 “일상에서도 촛불을 들어 어두운 사회를 밝게 비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을 적폐·불공정 등 사회의 폐단을 없애는 촉매로 규정한 그는 “앞으로도 촛불을 들어 남은 적폐를 활활 태워 가고 싶다”고 했다.
안전지킴이로 나선 주부, ‘그만 두유’로 웃음 선사 …소수자의 권리 위한 재능기부
주부 이지연(46)씨에게 촛불집회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5차 촛불집회부터 참여했던 이씨는 광장을 둘러싼 차벽을 마주한 뒤, 소통이 단절된 차가운 우리사회의 현실을 느꼈다.
이씨는 “그제서야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이 가슴으로 이해가 됐다”며 “차벽이 소통을 가로막는 한 ‘제2의 백남기’가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이씨는 마지막 촛불 집회 때까지 자원봉사단 일원으로 안전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촛불 시민 곁에서 웃음을 선사한 참가자도 있었다.
봄꽃밥차 매니저 김동규(44)씨는 광장 한켠에서 약 1만 5000개의 ‘박근혜 그만 두유’를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나눠져 화제가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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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내년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사회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또 다른 정치 축제를 기획 중이다. 그는 “일종의 정치 화폐를 만들어 정책에 투자하는 식의 실험을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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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단체 모집 공고를 통해 재능기부에 나선 김씨는 “청각장애인들에게도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충남 당진에 사는 그는 주말이면 3시간씩 걸려 광장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마지막 촛불 집회에서 무대에 오른 한 청각장애인은 “아주 작은 동그라미지만 누구에게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던 전부”라며 김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씨의 마음에 촛불이 ‘감동’이란 단어로 새겨진 이유다.
역사의 한 페이지 장식…또 다른 시작의 첫 걸음
촛불 집회를 이끈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광장의 열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평화적인 정권 교체는 이뤄냈지만 경제·사회적 불평등 등 사회 곳곳에 똬리를 튼 적폐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오는 주말 열리는 1주년 기념 촛불 집회는 지난 광장의 함성을 추억이 아닌 현재로 소환한다.
정강자 퇴진행동 기록기념위 공동대표는 최근 ‘촛불집회 1주년 선포’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와 정치·선거 개혁, 노동기본권, 사회적 약자를 위한 권리 등의 개혁 과제 선행이 요원한 상황에서 우리는 촛불을 계속 들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촛불 100대 과제’ 중 입법 등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 총 69개였는데 단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촛불 정신의 핵심인 적폐청산과 사회 대개혁이 진행되지 않는 국회로 촛불이 옮겨붙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드 타임’을 놓쳐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 개혁 과제 외에도 일자리나 국가 안보 문제 등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면서 “사회통합 문제, 진영·이념 갈등 해결에 있어 새정부에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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