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핀테크 활성화"…현장에선 "규제부터 해결"

이유미 기자I 2017.06.04 09:49:03

정권 초, 판단하기는 일러..은산분리 이슈 긍정적 기대
IT 전문 인사 없는 부분 우려..핀테크, IT 이해도 필요
자금 지원보다는 네거티브 규제가 우선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핀테크 활성화를 내세웠다.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으로 핀테크산업이 전 세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핀테크산업 현장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우려감도 동시에 있다.

◇“아직 판단은 일러…기대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고 아직 차기 금융위원장도 선임되지 않은 상황이다. 핀테크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일단 기대감은 있다.

이승건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은 “핀테크에 대한 아젠다가 나온 것이 없어 업계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문 대통령 후보 시절 디지털경제협의회 초청포럼에서 신산업분야에서 네거티브 규제체제로 대전환하겠다고 밝혀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안정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은산분리 이슈에 대해서도 희망섞인 분위기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위) 위원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막 시작됐지만 너무 늦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국정위는 문재인 정부의 5년 플랜을 6월 말까지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인터넷은행 관련 규제에 대한 기류가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면서 “현 정부가 재벌 개혁 의지가 있기 때문에 은산분리 자체는 강화되더라도 인터넷은행에 한해 특례법을 통해 완화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IT 전문가 없는 현정부..우려의 목소리도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현 정부에 IT 전문가로 보이는 인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직제 개편에서도 IT를 담당하는 전담 수석(미래전략수석)은 없어졌다. 핀테크는 금융을 IT로 풀어가는 산업으로 두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는 “정권 초라서 산업까지는 신경쓰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현 정부에 IT 관련 전문가가 너무 없고 IT 관련 전담부서가 만들어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핀테크업체가 많다”면서 “IT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활성화 얘기는 나오지만 뚜렷한 방향성이나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정부가 생각보다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쌓여있는 규제 문제..산업은 급변하는데

핀테크업계가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규제다. 핀테크 뿐 아니라 창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창업 지원보다도 규제만 해결해주면 스타트업이 알아서 클 수 있는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이다보니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규제에 걸리지 않는 서비스가 없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에서도 ‘핀테크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록 해결된 것은 없다.

미국에서는 등장한지 10년 넘은 시장인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금융당국에서 테스트베드를 진행하고 나면 비대면 일임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 그대로다. P2P투자업계도 기관투자가의 투자 참여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업계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네거티브 규제”라면서 “국정위에서 4차산업혁명에 대해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겠다고는 했지만, 핀테크산업분야에도 적용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은산분리: 현행 은행법으로는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주식 4%(의결권과 무관하게는 10%) 이상을 보유할 수 없음. 인터넷은행은 대주주인 IT기업이 독자적인 경영을 하려면 대대적인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인터넷은행들은 은산분리 규제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완화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음.

-네거티브 규제: 기업이 하지 못하는 것을 열거한 뒤 이를 제외한 모든 것을 허용한다는 의미. 할 수 있는 것을 규정하고 나머지는 전부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와 반대되는 개념. 현재 대부분의 규제는 포지티브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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