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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선서 지구대에 근무하는 A경위는 25일 “‘알맹이’없는 1계급 특진은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하위직 경찰 입장에선 큰 위안이 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으로 숨진 고(故) 김창호 경감의 희생을 계기로 공무 중 순직 공무원에 대한 보상 방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계급 특진 추서 등은 명예 차원일 뿐 보상금 등 유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경감을 포함해 올해 10월 기준 지난 6년간 공무 중 순직한 공무원은 경찰관 85명, 소방관 29명 등 총 114명에 이른다.
◇알맹이 없는 명예…연금·보상금은 재직 기준
지난 19일 폭생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사제 총기범 성병대(46)가 쏜 총탄에 숨진 고인은 사건 당일 교대 근무 시각보다 2시간 일찍 출근한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고인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려 경감으로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순직에 따른 보상은 이와 별개로 재직 당시 기준으로 책정되고 있어 순직 예우 차원의 추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 연금법에 따르면 ‘범인이나 피의자를 체포하다가 위해’를 당해 순직한 김 경감은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 지난 1989년 순경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약 27년 동안 경찰로 복무한 고인의 경우 ‘20년 이상 근무 기준’을 적용받아 ‘사망 당시 기준소득월액의 약 42%에 상당하는 금액’이 유족연금으로 산정된다.
따라서 해당 기준소득월액은 김 경감이 ‘김 경위’였던 때의 급여를 말한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고인의 경우 경위에서 경감으로 1계급 특진이 추서됐지만 법률에 ‘당시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책정하게 돼 있는 만큼 진급된 계급 기준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제적 지원 확대 등 유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순수하게 명예 차원인 특진 추서라면 총경이나 기관장 정도로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1계급 특진을 추서한다고 해서 남은 유가족에게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이어 “공제조합을 만들어 순직 당시 기여도에 따라 경제적 보상을 하는 등 시스템화가 우선 필요하다”면서 “특진 추서보다는 일선 공무원들의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진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제도 개선 착수…순직 범위 확대해야
정부는 순직 공무원의 유족 보상액을 높이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재해보상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민간의 산업재해보상 대비 53~75% 수준에 불과한 순직 공무원 유족 급여 수준을 상향 조정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밖에 △순직 기준 범위 확대 △연차에 따른 차등 지급 폐지 △유족 수 등에 따른 보상 금액 책정 △순직 인정 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오는 11월까지 관련 연구를 마친 뒤 12월에 입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보상 차원 외 ‘순직 인정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들도 여럿 발의된 상태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구조나 구급 외 업무 중 사망한 경우에도 순직을 인정토록 하는 내용의 공무원 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고 같은 당 이찬열 의원도 야간순찰 업무 중 입은 위해도 순직 사유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 연금법 일부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 재발의 했다.
현행법은 △범인을 체포하다 입은 위해 △경비·경호 및 대간첩·대테러 작전 중 입은 위해 △교통 단속과 교통 위해의 방지 업무 중 입은 위해 등으로 순직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