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100%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선 국민대통합위원회, 노사정위원회 등 유명무실해진 갈등해결 시스템을 복원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사분오열된 한국 사회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수준(갈등지수 0.72)은 OECD 27개국중 2위다. 종교분쟁을 겪고 있는 터키(1.27)가 1위. OECD 평균인 0.44보다 월등히 높다. 삼성연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연간 최소 82조원에서 최고 24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문제는 사회적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국의 만 19~79세 성인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한국인 의식·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간 갈등이 크다’는 응답이 2006년 70.2%에서 83.4%로 13.2%포인트나 증가했다. ‘수도권과 지방간 갈등이 크다’는 답변 역시 5년새 1.9%포인트(66.5%→68.4%) 늘었다.
부유층과 서민층간의 갈등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89.6%나 됐고, 기업가와 근로자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보는 사람은 5년전보다 0.6%포인트 늘어난 85.1%였다. 반면 소통과 상호존중을 상징하는 민주화 척도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공무원과 시민 사이의 관계가 권위적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59.3%나 됐고, 기업가와 근로자간 사이는 78.3%가 권위적이라고 응답했다.
삼성연은 사회갈등지수가 지금보다 10% 낮아지면 1인당 국민총생산(GDP)가 1.8~5.4% 높아지고 OECD 수준으로 개선되면 GDP가 7~21%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념대립으로 양분돼 있다 보니 사회가 이념적 논쟁꺼리가 아닌 것조차 이념적으로 몰고 간다”며 “과거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집권 이후 포용하는 모습이 보이지 못하면서 이념 대립이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말도 못 믿겠다”…불신의 늪에 빠진 勞-政
지난 28일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는 ‘사분오열’된 채 불신과 불통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설립,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서 공기업 코레일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정부에 맞서 자회사 설립은 철도 민영화를 위한 ‘꼼수’라며 한달 가까이 총파업을 이어온 철도노조와의 싸움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합류하면서 전선이 확대됐다.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민영화는 절대 없다”고 단언했지만 철도노조는 “믿을 수 없다”며 자회사 설립 철회만을 요구하며 귀를 막았다.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위해 사상 최초로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을 투입하고, 노사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수서발 KTX 설립을 위한 법인 면허를 발급해 찬물을 끼얹은 정부의 행태 또한 소통이 단절된 한국 사회의 단면이다.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산적한 노사문제를 눈앞에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는데 따른 우려가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강경세력은 억누르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지하로 들어가 더 강경해진다”며 “강성 노동세력이라도 제도권내로 끌어들이고 대화파트너로 삼아야 노동운동이 순화되고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명무실’ 갈등해결 시스템 복구해야
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노사정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회 등 유명무실해진 시스템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정부가 보다 포용력을 갖고 ‘적대세력’까지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희진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는 “정부가 이미 결론을 내놓고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소통이 아닌 설득”이라며 “어떤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대화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한다는 자체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임이사는 “사전에 갈등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배제된 채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말썽이 날 수 밖에 없다”며 “사회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가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국민대통합위원회, 노사정위원회 등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해 마련된 정부 기구들이 전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방치된 갈등해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반대세력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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