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⑤허브가 허브를 만든다

양미영 기자I 2013.01.21 09:24:10

금융·무역허브 발판 삼아 새로운 사업 허브 노려
창의산업,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비즈니스 마인드가 열쇠

[홍콩=양미영 기자]홍콩이 글로벌 금융허브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홍콩의 도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 많은 산업에서 허브를 꿈꾸고 있다.

홍콩 정부는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사업이 완전히 새롭게 발굴된 것이 아니라 기존 산업에서 파생했다는 것이다. 홍콩만의 강점인 금융허브를 바탕으로 또다른 산업의 허브를 노리는 전략이다. 한마디로 허브가 허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홍콩 정부가 발벗고 나서 육성하는 산업 중 하나는 바로 창의산업이다. 창의산업은 예술과 문화, 방송, 디자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영화, 음악, 미디어, 건축, 광고, 출판 및 멀티미디어를 아우른다. 최근 홍콩은 이런 창의산업의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창의산업이 지난 2010년 홍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까지 높아졌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창의 관련 물품 수출에서도 세계 4위에 랭크됐다.

여기에는 지난 2008년 창의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홍콩창의청(Create HK)이 큰 힘이 됐다. 홍콩창의청 설립 이전에도 홍콩은 각 부처마다 해당 분야의 관리부서가 있었지만 이를 한곳으로 통합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부는 디자이너와 디자인 중소기업을 연결해주는 매칭펀드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미 3억 홍콩달러(약 415억원)가 창의산업 발전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홍콩창의청은 단순한 자금지원뿐 아니라 홍보와 사업기회를 함께 모색해주고 있다.첵지꽌(戚芷筠) 홍콩창의청 산업지원담당 부장은 “올해는 홍콩 디자인의 해를 맞아 여러 박람회와 이벤트를 개최했고, 구룡공원에는 만화 인물을 테마로 한 거리를 조성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며 “매년 3월에는 엔터테인먼트 엑스포를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는 서구룡 문화지구 (WKCS) 조성이다. 홍콩 문화예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로 빅토리아 하버를 바라보는 40만평방미터 규모의 항만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시설과 건축양식, 프로그램을 통합한 문화예술 기반을 만들어 관련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현지고용 창출과 함께 홍콩 관광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올해 렁춘잉 행정장관 취임 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는 홍콩 정부

순수한 문화산업지원과 함께 홍콩 정부 지원의 또다른 특색은 비즈니스 마인드식 접근이다. 홍콩창의청은 각각의 산업분야에 일종의 가치사슬(value chain) 개념을 도입했다. 일례로 영화제작의 경우 촬영부터 편집, 상영까지 수많은 작업이 필요한데 여러 업체를 한데 모아 하나의 체계를 구축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종의 원스톱서비스인 셈이다.

펑윙(馮永) 홍콩영화발전위원회 사무국장은 “모든 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없이 보다 쉽게 영화 제작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중복되는 업무를 줄이고 곧바로 업무를 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영화는 비즈니스 모델로도 적합하다”며 “홍콩 정부가 단순히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홍콩 정부는 최대 제작비의 40%까지 투자하며 1500만 홍콩달러(약 20억7000만원)를 투자상한으로 잡고 있다.

아직까지 홍콩 정부는 투자해서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 원금회수율은 44%선이다. 그러나 펑 국장은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영화산업이 비즈니스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라며 “돈을 벌지 못하면 정부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도 영화산업을 지원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상업적 관점이 덜한 것 같다”며 “홍콩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영화를 제작한다”고 말했다.

홍콩이 이 같은 시스템을 갖춘 뒤 홍콩은 물론 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홍콩으로 건너와 영화 제작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펑 국장은 “홍콩 자체만 보면 얼마 안되지만 중국 대륙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해외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고 싶다면 홍콩만큼 매력적인 기반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 기업 지원에 대한 대가를 바라거나 그들이 무언가 돌려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성장한 인재들이 또다른 영화를 찍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중에서 조망한 서구룡문화지구 조성 지역


펑윙 홍콩영화발전위원회 사무국장
펑윙 홍콩영화발전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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