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전용 148㎡ 아파트를 세놓은 문모(52·서울 강남구) 씨는 영어로 예비 세입자를 맞았다. 집을 보러온 사람은 국내 건설회사에 파견돼 네 식구가 함께 살 집을 찾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아스마리(36) 씨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0만원에 계약하기를 원했다. 문 씨는 “이전보다 보증금이 적지만 월세가 높고 회사에서 임차료를 부담하는 것이니 밀릴 염려도 없어 세를 주려한다”고 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 임대시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 이태원과 한남동, 성북동 일대의 단독주택·고급빌라 중심에서 강남지역의 아파트·주상복합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외국인 임대시장에서 월세 500만원 이하 거래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3~4년 전까지는 글로벌 기업 임원이나 외교관을 대상으로 한 월세 500만원 이상의 고급 주택이 임대수요의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아파트가 30~40% 가량을 점유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30~50대 해외 전문인력의 유입이 늘어난 때문이다.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주요 임대 수요층인 미국과 캐나다, 유럽국가의 30~49세 입국자는 2008년 50만5239명에서 2011년 54만613명으로 약 4만명 증가했다.
이들은 한국인과 이웃이 되길 꺼리지 않고 소득수준에 맞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실용적인 성향이어서 외국인들이 모여살던 기존 고급주택지 밖으로 눈을 돌린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경향은 지역별 월세가격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이태원과 한남동일대 단독주택과 고급빌라는 2~3년 전 월 임대료 하한선이 900만원이나 됐지만 최근에는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700만원 대까지 하락했다. 반면 압구정동, 서초동, 잠실 등 강남권이나 종로, 용산 등 도심권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방 3개짜리 전용면적 85~99㎡가 월세 3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용산 한강로1가의 Y공인 관계자는 “한남동과 이태원 고급주택은 찾는 사람이 줄어 매물이 많지만 한강로변 방 세 개짜리 아파트는 월세 300만원에서 500만원에도 곧바로 소화가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희동, 상암동 일대의 서부권도 외국인학교 수요로 급부상하고 있다. 외국인 전문임대업체 렌트코리아의 이봉휘 이사는 “셋집을 찾는 외국인 중엔 어린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이가 많다”며 “외국인학교 인근, 입주 5년 이내인 새 아파트라면 기대 이상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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