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그의 차(車)를 보면, 그의 성격이 보인다

조선일보 기자I 2008.12.09 09:11:15
[조선일보 제공] 국내 한 자동차 회사의 광고를 보면 디자이너들이 헤드라이트 디자인을 위해 동물의 눈을 연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 사람들은 자동차 앞모습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을 연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헛수고가 아닌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데니스 슬라이스(Slice) 교수와 오스트리아 빈대학 인류학과 연구진은 '인간 본성(Human Natur e)'지 12월호에 "사람들은 자동차의 앞모습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을 떠올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남녀 40명에게 2004~ 2006년 사이에 출시된 38종의 자동차 사진을 보여주고 연상되는 모습을 말하게 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이 자동차 사진 90%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을 떠올렸다고 답했다. 이를테면 헤드라이트는 눈, 라디에이터 그릴이나 공기 흡입구는 입, 엠블럼은 코로 보인다는 것.

특히 사람들은 자동차의 모습에도 표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차체가 옆으로 길고 높이가 낮거나 헤드라이트가 각지고 좌우가 서로 많이 떨어져 있으면 찡그린 얼굴로 인식해 남성적인 힘을 느끼게 된다고 답했다. 반대로 폴크스바겐의 비틀처럼 양쪽 헤드라이트가 가까이 붙어 있으면 웃는 얼굴의 어린이나 여성을 연상한다는 것.

연구진은 그 이유를 인류 진화에서 찾았다. 원시 인류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표정만 보고도 상대의 의중을 간파해야 생존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진화를 하다 보니 나중에는 돌이나 구름, 자동차 같은 무생물에서도 표정을 읽을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도로에서 화난 남성의 표정을 가진 자동차를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적대적으로 대할까. 이제는 훌륭한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려면 진화론, 심리학까지 연구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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