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방치하면 방화 등 사회문제로 번져
불안·우울 2주 이상 되면 병원상담 필요
깔끔한 성격도 도가 지나치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과자 부스러기 하나도 눈에 거슬린다. 이런 성격 때문에 자주 부부싸움을 벌였고, 급기야 이혼 위기까지 내몰렸다. 김씨는 '범불안장애'와 '강박증' 진단을 받고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마케팅 과장 윤영우(38·가명)씨. 일 잘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본인으로선 죽을 맛이다. 4년쯤 전부터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 그래서인지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 가기가 싫고, 출근해선 부하 직원에게 신경질과 짜증을 자주 낸다. 신경도 엄청나게 예민해져 언제부턴가 "성격 까칠한 사람"이란 얘기를 듣게 됐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도 약해져 몸이 조금만 안 좋아져도 '혹시 암이 아닐까'란 걱정을 한다. 윤씨는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 우울증 통원 치료 중이다.
문제는 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 건강보험공단의 '2006년 정신질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총 181만 명이다. 이유 없이 불안을 느끼는 불안장애 환자가 75만 여명, 우울증이나 조울증 같은 기분장애 환자가 63만 여명이었다. 결국 약 360만 명의 정신질환자가 자신에게 정신질환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줄 알아도 치료를 받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머리나 배가 아파서 내과에 갔는데 이상이 없다는 사람 중 상당수가 정신질환일 것이다. 정신질환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도 정신병자 취급 받기 싫어서나, 심지어 가족이나 직장동료조차 정신과 왜 가냐고 말리는 경우가 많아 외롭게 병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안호균 교수는 "정신질환 중 잘 모르고 넘기는 대표적인 것이 불안장애와 기분장애다. 우울감과 불안감이 2주 이상 지속되고, 본인이나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 정도라고 느껴진다면 정신질환을 의심해야 하며 조기에 병원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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