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창균기자] "부동산시장이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아파트 값은 급락하고, 새 아파트 빈집은 늘어나며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는 등 경착륙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2004년 6월 6일)
"주택거래 실종으로 여기에 기대어 사는 후방 업종도 휘청거리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택거래 위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2007년 5월7일)
요즘 부동산시장이 3년 전과 닮은 꼴을 보이고 있다. 날짜만 빼면 3년전 기사를 그대로 써도 될 정도다. 하지만 가는 방향은 다를 가능성이 크다. 2004년은 판교와 재건축을 발판으로 급반등했으나 2007년은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책이 다르고 시장상황도 다르기 때문이다.
◇닮은 점 = 2004년과 2007년 부동산시장은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2004년 부동산시장은 2003년 5·23, 9·5, 10·29대책의 후폭풍으로 급전직하했다. 그해 미분양아파트는 직전년(3만8261가구)보다 2배 가까이 늘어 6만9133가구에 달했다. 공급물량도 2003년 58만여가구에서 46만여가구로 줄었다. 집값 역시 전국 2.1%, 서울 1.4%, 수도권 2.9% 하락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 역시 작년말과 올초에 쏟아진 대책(11·15, 1·11, 1·31대책)의 영향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거래량은 작년말의 20-30% 수준으로 줄었으며 가격도 하향곡선을 타고 있다. 4월 마지막주의 경우 전국 집값이 일제히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 중개업소, 이삿짐업체 등 부동산 후방업종들이 아우성을 치는 것도 3년 전과 비슷하다.
◇다른 점 = 2004년과 2007년 부동산시장은 겉모습은 닮았지만 내용은 많이 다르다. 우선 집값이 3년만에 30-50% 정도 올랐다. 대치동 은마 34평형의 경우 2004년 8억원에서 지금은 12억원 수준이다. 집값이 더 오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요억제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정부정책이 수요억제-공급확대로 확대된 상황도 다른 점이다. 수급불균형에 따른 집값상승 여지가 줄었다는 것이다. 오는 9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값싼 아파트가 대거 쏟아진다는 점도 예전과는 다르다. 또 2004년엔 부양책(7.1 건설경기연착륙방안)이 나왔지만 올해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건교부 한 관계자는 "올해 부동산시장이 2004년 상황과 유사하지만 그 때처럼 집값이 다시 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올해 집값이 잡히면 하향안정기조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집값 변동률
2000년 3.1%
2001년 12.9%
2002년 22.5%
2003년 6.9%
2004년 -1.4%
2005년 6.3%
2006년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