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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조세부담률 23% 내외로 올리고 재정지출규모 정상화해야”

김미영 기자I 2025.04.09 06:00:00

행자부·건교부·국세청 등 수장 지낸 이용섭 전 장관 인터뷰
“윤석열정부의 ‘긴축재정 통한 건전재정’ 안 통했다”
“진보·보수 뛰어넘는 창조적 정책 혁신 필요”
“추경, 10조보다 규모 키워 빠르게…대선 선심성 예산 막아야”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을 통한 건전재정은 세금과 재정 지출을 과도하게 줄이는 위험한 발상이었다. 차기 정부는 조세부담률을 점진적으로 23%(2023년 기준 약 19%) 내외로 끌어올리고 재정지출 규모도 정상화해 저출생·고령화와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수장 등을 지낸 경제 원로 이용섭 전 장관은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조세부담률 및 재정지출규모 정상화’를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로 꼽았다. 정치권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겨냥해 선심성 감면과 대규모 국가사업만 남발하고 증세엔 함구하고 있다는 걱정을 담은 제언이다.

그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1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선 경제성장률 둔화와 수출여건 악화 상황에 대응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규모를 늘리되 조기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낭비 예산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이용섭 전 장관은 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엔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창조적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이데일리DB)
-12·3 비상계엄과 탄핵이 한국경제에 미친 타격은 어느 정도로 보나

“경제뿐 아니라 내우외환이 겹친 총체적 복합위기 상황을 초래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금융시장은 단기적 변동성이 커졌고 외국인투자자 장기 투자가 줄고 매도세가 커지면서 원화가치는 하락하고 주식시장은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 온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미국발 관세·무역·기술전쟁에 제때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경제와 기업활동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이루 말할 수 없다. 탄핵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으니, 조기 대선을 잘 치러 극단의 정치가 끝난다면 경제 회복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조기 대선까지 현재 경제팀의 역할은

“60일간의 한시정부이니 많은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일의 경중·선후·완급을 가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지 않도록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고 미국발 통상·기술 전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내적으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한 민생경제 회복과 철통 같은 안보, 인공지능(AI)시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첨단산업지원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 대외 여건이 만만치 않은데

“세계경제가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게 전개되고, 대한민국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이끌었던 성공방정식이 크게 위협받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 주도로 관세장벽 낮추기를 통해 이룬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로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세계 무역질서가 국제연합(UN)·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주의체제에서 일대 일 양자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다. 국내 또는 제삼국에서 자동차, 이차전지, 고성능 반도체 등을 생산·수출해온 우리의 수출주도형 경제모델도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일 ‘상호관세율은 추후 협상과정에서 낮아질 수 있다’고 의회에 보고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통상 전문가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진두지휘 하에 미국 의중을 충분히 파악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지렛대 삼아 유리한 대우를 받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10조원 규모 ‘필수 추경’ 편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빠를수록 좋다. 맞춤형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잠재성장률(2%)보다 낮게 둔화하고 비상계엄과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로 소비 위축과 환율·물가 상승 불안이 커지고 있다. 수출여건도 매우 어렵다. 여야 합의를 통해 추경 규모를 10조원보다 더 늘릴 필요도 있다. 지난해 말 감액 조정 만하고 증액 조정은 없이 야당 단독으로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켰기에 조기 추경과 추경 규모 확대 필요성이 그만큼 크다. 다만,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인 점을 감안해 조기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낭비성 예산은 철저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을 강조했지만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차기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은

“감세와 긴축재정에서 탈피해 재정의 기능과 역할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긴축재정을 통한 건전재정’은 세금과 재정지출을 과도하게 줄이는 ‘축소예산’을 통해 세입세출 균형을 맞추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는 현재 재정규모와 조세부담률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저부담 저복지의 재정후진국’이다. 조세부담률을 나라살림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적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2023년 조세부담률은 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보다 크게 낮다. 앞으로의 재정수요, 재정건전성, 재정기능의 정상화, 국민부담 능력과 선진국의 조세부담 및 재정지출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조세부담률을 점진적으로 올려 23% 내외로 유지할 것을 권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겨냥한 선심성 감면과 대규모 국가사업만 남발하고 증세엔 함구하고 있어 걱정이다. 또 조세부담률 증가에 맞춰 재정지출규모도 정상화해야 한다. ‘적정부담 적정복지’에 기반을 둔 건전재정을 운용해야 양극화 완화와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지속 발전할 수 있고 저출생·고령화와 기후위기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운영 전반에 제언한다면

“경제정책 수립엔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창조적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책당국자는 이념의 틀에 갇혀선 안 된다. ‘자유냐 평등이냐, 성장이냐 분배냐, 작은 정부냐 큰 정부냐, 증세냐 감세냐’와 같은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틀을 뛰어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외충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이므로 미국발 통상·기술전쟁에 범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아울러 실시간으로 밀려오는 대외충격을 흡수하는 안전장치가 재정이므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재정이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적정부담 적정 지출’을 통해 재정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 전 장관은… △1951년생 △전남대 무역학과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석사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14회(1973년)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18·19대 국회의원 △광주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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