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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드라이브스루 교통 체증 골머리..자구책 나선 스타벅스

김범준 기자I 2021.08.17 08:42:31

코로나 여파 비대면 드라이브스루 매장 이용↑
몰리는 시간대 수분간 정차, 수십 미터 대기줄
많은 차량에 교통체증, 보행자 민원 급증하자
스타벅스, 안내 인력 배치하고 차선 확장 노력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평일 점심시간 직후 찾은 서울 서대문구 한 스타벅스 DT(drive-through·드라이브스루)점은 매장 진입로부터 약 100m 앞까지 2차선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도로가 왕복 4차선인 것을 감안하면, 차선 하나가 일정 구간 정차 또는 서행 중인 차량들로 인해 줄어든 셈이다. 식후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길에 한때 이곳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몰리면서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스타벅스 DT(드라이브스루)점 진입을 위해 대기 중인 차량과 보행자가 스타벅스 측에서 자체 투입한 통행 안전 관리원의 안내를 받아 통행하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기자가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따른 교통체증을 실감해보기 위해 이곳 스타벅스 DT점 진입 대기줄 끝에 처음 정차한 시각은 10일 오후 1시46분. 스타벅스가 인력을 투입한 ‘통행 안전 관리원’ 2명이 매장 차량 진입로와 보행로 교차 지점과 대기줄 사이 버스정류장, 교차로 등을 부지런히 오가며 보행자 상황에 따라 수신호로 십여대의 차량 진입을 유도 또는 정지시키며 통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버스정류장에 지선 버스가 완전히 들어오지 못하고 1차선과 2차선 가운데쯤 어정쩡하게 정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발생했다. 그러면서 승·하차를 하려는 승객들이 차도 위 매장 진입 대기 중인 차량 사이사이로 오가는 다소 위험한 광경도 펼쳐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스타벅스가 자체적으로 배치한 통행 안전 관리원이 적절히 통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루한 대기와 거북이 주행 끝에 안내에 따라 해당 스타벅스 DT점에 진입한 시각은 이날 오후 1시53분. 커피 한 잔 때문에 약 7분간 본의 아니게 차선을 무단 점거했다는 기분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매장 건물 뒤로 한 바퀴 도는 차량 통행 순서에 따라 원격 키오스크에서 콜드브루 한 잔을 주문하고 픽업대에서 받아 마침내 빠져나간 시각은 오후 2시 정각. 차 안에서 편하게 커피 한 잔을 받기까지 이날 총 15분 가량이 소요된 셈이다.

드라이브스루 매장 이용을 위한 차량 대기 시간은 특정 요일과 시간대, 매장 위치 지역과 교통상황 변수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최근 코로나19 확산세 여파로 소비자들의 드라이브스루 형태 매장 이용이 늘면서 진입을 위한 대기 시간과 교통 체증이 확연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실제 기자가 이곳 스타벅스 DT매장이 처음 오픈한 2015년 당시 즐겨 다닐 때만 하더라도 웬만해서는 대기 없이 곧장 매장 드라이브스루 코스로 진입해 거의 바로 음료를 받아 나섰던 상황과는 딴판이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스타벅스 DT점 진입을 위한 차량들이 입구에서 약 100m 앞 지점까지 한 차선을 점거하고 길게 정체해 있다. 이런 상황이 잦아지면서 해당 구역에 지자체와 관할 경찰서에서 ‘공익신고 많은 구간-영상단속중’이라는 안내문(왼쪽 사진 빨간 동그라미 표시)을 내걸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는 듯하다. 스타벅스에서 DT점 매장마다 배치한 통행 안전 관리원이 적절히 차량 이동과 대기를 안내하고 있지만, 대기 차선 사이에 버스정류장이 위치하다 보니 버스가 온전히 정류장에 정차하지 못하면서 승·하차를 위한 승객들이 진입 차량 사이사이로 오가는 다소 위험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사진=김범준 기자)
최근 편리함과 비대면 소비 트렌드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교통 혼잡과 보행자 안전 문제도 급증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따르면 2012년 1호점 문을 연 드라이브스루 매장 수는 2014년 23곳에서 올 상반기 말 기준 298개로 약 6년 반만에 13배 가량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에만 65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한국맥도날드도 전국 250여개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드라이브스루 관련 민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8건에 그쳤던 민원은 2017년 185건, 2019년 303건에 이어 지난해 549건까지 큰 폭으로 늘었다. 차량통행 방해(51.4%)가 가장 많았고 보행 불편(32.2%), 매장구조 및 안전시설물 문제(9.7%), 기타 불편사항(4.3%) 등 민원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해가 갈수록 드라이브스루 관련 민원들이 쏟아지자 각 지방자지체단체와 해당 업체들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해당 지자체에 도로점용허가만 받으면 된다. 대부분 매장의 연면적이 관련 규제 법령 기준에 미달해 교통영향평가와 교통유발부담금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 갈수록 이러한 문제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가장 많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지난 2019년부터 약 50억원을 들여 출·퇴근과 점심·저녁시간 등 차량 유입이 많은 시간대에 통행 안전 관리원을 집중 투입하고 보행자 통행안전과 원활한 교통흐름을 지원하고 있다. 모범운전자협회 또는 통행 관리 외주 업체를 통해 상황에 따라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올 상반기 기준 246개 스타벅스 DT매장에서 469명 인력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DT)점 교육장 모습.(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대기 시간 감축을 위해 방문자 차량번호를 스타벅스 선불 충전카드와 연결해 자동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DT매장 전용 교육장을 업그레이드해 원활한 운영을 위한 체계적인 직원 교육도 강화했다. 서비스 신속도 개선을 위해 신규 및 리뉴얼 매장에 새로운 공간 인테리어를 적용하고 있다. 또 DT매장에 도로반사경, 방지턱, 경보장치, 보행자 주의 표지판, 야간 투광등 안전 장치 설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민관이 함께 해결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 충북 제천시는 스타벅스 제천DT점 및 해당 건물주와 협의를 통해 교통 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했다. 진입로 옆 인도 일부를 할애해 진입 차량이 대기할 수 있는 길이 20m, 폭 2m의 가감차선을 설치하기로 협의한 것이다. 제천시는 도로점용허가를 내줬고, 스타벅스와 건물주는 관련 공사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조만간 착공 후 공사가 완료되면 인근 교통 정체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따른다.

이 밖에도 스타벅스는 운영 중인 전국 드라이브스루 매장 주변 교통안전성평가를 위해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자체 의뢰했다. 컨설팅 결과는 향후 DT매장 설치 및 운영시 주요 참고사항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도 업체별 드라이브스루 매장 특성에 맞는 교통유발부담금 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현재 전국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대상으로 교통흐름 상황 등을 전수 조사 중”이라며 “각 상황별로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문제가 있는 곳이라면 자체적 혹은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지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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