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두 자녀 살해' 1심 무죄 부부, 2심은 살인 인정…"고의 충분"

황효원 기자I 2021.02.04 07:27:54

''원주 삼남매 사건'' 항소심서 남편 징역 23년 , 아내 6년 선고
"이불 덮자 울음 작아져" 자백 결정적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첫돌도 지나지 않은 자녀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20대 아버지에게 항소심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자녀 3명 중 첫돌도 지나지 않은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른바 ‘원주 3남매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3일 강원 춘천지법 앞에서 한 시민이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황모(27)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또 황씨에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아내 곽모(25)씨에게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및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등 보안처분도 내렸다.

황씨는 2016년 9월 원주 한 모텔방에서 생후 5개월인 둘째 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했다. 2년 뒤 얻은 셋째 아들이 생후 9개월이던 2019년 6월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수십초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내 곽씨는 남편의 이런 행동을 말리지 않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1심과 달리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판단, 이들 부부에게 중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던 여러 정황을 토대로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황씨가 혐의를 부인하다가 검찰에서 4번째 조사를 받으면서 “둘째 딸이 울기 시작해 이불을 덮자 울음이 작게 들렸다”고 자백한 점을 주목했다.

이후 황씨는 “자백하니 속이 후련하다”는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재판에 넘겨진 뒤 진술을 뒤집고 다시 범행을 부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과 법정 진술이 상반되는 경우 법정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신빙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소리에 민감하고 충동조절장애를 앓아 둘째 딸이 시끄럽게 울면 전신을 이불로 덮었던 행동을 반복했던 점을 근거로 미필적으로나마 죽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날 사건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이후 세간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날까지 항소심 재판부에 이들의 엄벌을 탄원하는 진정서 400여통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