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①신성호 "학습하는 증권사에만 은행 앞설 기회온다"

이정훈 기자I 2017.09.06 06:04:00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인터뷰
인생의 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추천 서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덩치만 놓고보면 은행이 증권사보다 훨씬 더 크지만 지금처럼 장기적인 저(低)금리 환경 하에서는 증권사에게 오히려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고객의 투자수익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늘 새로운 금융지식을 쌓기 위해 학습하는 증권사 조직이 돼야만 합니다.”

5일 여의도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인터뷰 내내 `학습조직`의 필요성에 대한 강한 소신을 내비쳤다. 말단 애널리스트로부터 시작해 리서치센터장을 거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그의 경력을 차치하더라도 고객과 시장의 접점에 서서 늘상 시장을 이기고 고객의 투자수익을 책임져야 하는 증권사에게 학습이란 일종의 숙명과도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위대한 기업은 `무엇`보다 `누구` 고민…고객 만족 최우선”

과거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 시절 당시 김준기 회장이 마련한 임원 연수교육에서 처음 접했던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인생의 책으로 꼽은 신 사장은 위대한 증권사가 될 수 있는 조건 역시 바로 이 숙명을 받아들여 제대로 실천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에서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무엇`보다 `누구`를 먼저 고민한다”고 했다. 이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신 사장에게 먼저 고민해야 하는 그 누구란 바로 고객이었다. 신 사장의 이같은 고객 중심 경영은 실제 고객 수익률과 회사 실적 향상 등 경영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 사장 취임전 2013년 47억원에 불과했던 IBK투자증권 순이익은 2014년에 118억원, 2015년에 303억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321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208억원 순익을 냈다. 한 해 100억원이 넘던 리테일(소매)부문 적자로 소폭 흑자로 돌아섰다.

36년간 증권업계에서 일해온 신 사장은 “증권사가 은행보다 더 큰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다만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증권사 임직원 하나하나가 제대로 된 금융지식을 갖춰야 하며 그런 지식을 활용해 고객 수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령 결과(=수익률)가 좋지 않더라도 고객 수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은행보다도 더 좋은 금융상품을 만들어낸다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학습조직으로의 탈바꿈…“스스로 스케일 키워야 위대해져”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지난 2014년부터 IBK투자증권을 이끌어온 신 사장은 이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IBK투자증권을 학습하는 조직으로 바꿔 놓았다. 학점제를 도입해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임직원들이 회사로 나와 교육을 받도록 했고 본인이 직접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내부 스터디팀을 꾸렸고 심지어 모(母)은행인 IBK기업은행 직원들까지도 교육 참여를 요청해와 외부로 문호를 개방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연수비를 지원하는 제도도 만들고 프리젠테이션 대회를 개최했다. 25년간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경제와 시장 데이터를 보는 법을 집대성한 `투자의 기초-웨어 투 인베스트(where to invest)`라는 책도 직접 썼다.

그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직원들 스스로가 스케일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고객을 영업대상으로만 생각해선 안되며 고객이 잘 돼야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스스로가 국가경제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그래야만 책임감이 커지고 학습량도 늘어나며 결국엔 고객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같은 스케일-업(Scale-up)이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경영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임기에 구애받지 않고 회사와 조직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IBK라는 정체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IBK투자증권은 신 사장 하에서 중소기업 특화 투자은행(IB)과 크라우드펀딩, 신기술사업금융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해왔다. 그 역시 “당장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에 보탬이 되고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며 “CEO 임기와 무관하게 조직이 새로운 경험을 쌓게 하고 이를 격려해줘야 하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100년 넘은 미국 주식시장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연구개발(R&D) 투자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도록 자기자본이익률(ROE)과 같은 수익성 지표가 양호하다는 게 유의미하게 입증되고 있다”며 증권사가 쌓은 학습과 사업 노하우가 바로 제조업에서의 R&D 투자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이는 공부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축적한 증권사가 수익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관계엔 정답이 없더라…강함과 부드러움 조화 필요”

이런 조직에 대한 고민은 그가 영원한 숙제로 여긴다는 바람직한 인간관계로까지 이어진다. 조직의 비전을 세우고 실천하는 주제가 바로 임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와 함께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인간관계론`과 책 웰치의 `끝없는 도전과 용기`를 즐겨 읽는다는 신 사장은 이를 벤치마크해 직원들에 대한 칭찬을 늘리는 동시에 일 잘하는 직원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부장들에게도 직원 채용과 해고 등 인사권을 일임하는 시스템도 이를 본 딴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이 부분에서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그는 “카네기가 조언하듯이 부드럽게만 조직을 경영해서는 회사가 마치 친목단체처럼 흘러갈 수 있는 반면 잭 웰치처럼 너무 강하게만 밀어부칠 경우 조직원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고 조화를 이뤄나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고 노력해야할 부분”이라며 웃어 보였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1956년 충남 논산 출생. 충남고, 고려대 통계학 학·석사 졸업. 1981년 삼보증권 입사.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투자전략부장,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 동부증권 자산운용본부장, 리서치센터장, 한국금융투자협회 경영전략본부장,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우리선물 대표이사 사장, 현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