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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와글와글]이한구는 왜 넥타이를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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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우 기자I 2016.03.12 09:00:00
이한구(왼쪽)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1일 황진하 사무총장 등 공관위원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모가지가 언제 달아날지 모르겠다.”(이재오 의원)

요즘 새누리당 현역의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언제 공천에서 탈락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친박(친박근혜)·비박을 떠나 의원 신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겁니다. 이들의 생사를 가르는 곳이 공천관리위원회입니다. 그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천심사가 중요한 곳입니다. 공관위 위원장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입니다. 당 최고위원회의서 의결했고 김무성 대표가 임명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한 눈에 뜁니다. 보통 옷입는 스타일이 폴라티에 양복 재킷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넥타이는 좋은 것이 많지만 너무 자주 하면 닳는다. 옛날부터 겨울에는 넥타이를 안 맸다. 이런 옷차림이 편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은 한국적인 건 아니다. 넥타이를 매면 피가 머리로 잘 안 올라간다”고도 했습니다. 넥타이를 안 매는 이유가 확실하다고 느꼈죠. 저라면 그냥 “매고 싶을 때 맨다”고 했을 텐데요. 넥타이 하나에도 그의 고집이 엿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는 공관위원장을 맡은 후부터 줄곧 공관위의 독립성을 강조했습니다. “공관위에 압력을 넣는 건 용납 못한다”고도 했죠. 정가에선 “고집을 피운다”는 말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독립권을 강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공천 심사를 할 때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라야 합니다. 그의 강한 확신이 고집으로 비쳤던걸까요.

공관위 회의 첫날 이 위원장은 위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고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는 약속을 받기도 했답니다. 공천면접 이후 자격심사부터는 기자 출입이 제한됐습니다. 부적격 기준조차 전혀 알 수 없었죠. 그러니 누가 공천을 받았고 왜 떨어졌는지 추측만 난무했죠. 친박계 중진인 김태환 의원이 낙천하자 비박계 의원을 대거 탈락하기 위한 ‘희생양’이라는 말이 나돌았습니다. 공관위는 도마 위에 올랐고 최고위에선 일단 믿고 가자는 기류가 강했습니다. 공천 결과가 공정했는지 객관적이었는지는 나중에 심판하자는 얘기입니다. 주로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그랬죠.

최근엔 ‘쪽지파문’이 일었습니다. 최고위에서 공관위에 ‘김무성 대표의 경선지역을 빨리 발표하라’는 내용으로 알려진 쪽지를 전달했고 이 위원장이 공관위의 독립성을 들어 거부한 일입니다. 김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 35% 득표율 차이로 상대후보보다 앞섰기 때문에 이미 단수공천을 받은 상태였죠. 그런데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경선에 빨리 참여하겠다고 했고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 쪽지를 공관위에 보내 관철하려 했지만 이 위원장은 “말이 안 되는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누구든지 공관위원장에게 그런 걸 강요하면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끝까지 독립성을 지키려고 했던걸까요.

같은 날 공관위원 중 일부는 이미 공개적으로 비밀사항을 누설했습니다.쪽지 파문의 전말이 알려진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바깥에 대고 자꾸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 안된다”고 지적했죠. 이미 그 전날 공관위 부위원장인 황진하 총장이 업무 중단을 선언하면서 갈등이 정점에 달했을 때죠. 황 총장은 이 위원장이 국민 100%로 마음대로 바꿨다고 주장하며 “밀어붙이는 성격을 잘 못 고친다”고 맹비난을 하기도 했죠. 당초 당헌당규대로라면 경선비율의 대원칙은 당원 30%, 국민 70%인데 이를 이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바꿨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쑥대밭이 된 공관위가 하루 만에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위원장과 황 사무총장은 웃으며 악수도 했습니다. 극적 화해를 한 셈이죠. 긴급 기자회견에서는 이 위원장만 브리핑했습니다. 그는 “공관위 운영과 관련한 갈등으로 비친 부분은 송구스럽고 소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질문은 따로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 위원장이 사과한 것인지, 쪽지 내용을 수용하겠다는 것인지, 수용하겠다면 독립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등은 베일에 싸였습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김 대표의 공천결과는 모두가 알게 됐고 단수추천에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지도 누설된 상황에서 극적 화해의 배경마저 비밀누설금지의 원칙 때문에 말할 수 없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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