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버의 무대 인사로 시작된 <스쿨 오브 록> 세계 초연
11월 9일, 뮤지컬계의 살아있는 전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신작 <스쿨 오브 록(School of Rock)>이 '윈터 가든 씨어터'에서 그 첫 프리뷰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1971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이후 자그마치 44년 만에 처음 그의 작품이 런던 웨스트엔드가 아닌,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세계 초연되는 사건이었고, 그것도 그의 대표작 <캣츠>가 18년 동안 장기 공연됐던 '윈터 가든 씨어터'로의 리턴이었다.
개막 전 깜짝 이벤트는 이 열정의 록뮤지컬 초연 현장을 한층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바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직접 무대 인사를 나선 것. 말로만 듣던 전설적인 작곡가가 눈앞에 느닷없이 나타나자 신기하고 믿기지 않고 영광스럽고... 사진에서보다 볼 살이 적었지만 분명 그는 웨버였다. <스쿨 오브 록>의 세계 초연에 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는 그의 정중한 인사와 함께 쇼는 시작됐다.
오디션에서 발탁된 록큰롤 베이비들의 열정의 라이브 무대
<스쿨 오브 록>만의 최고 매력은 어느 뮤지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음악신동들의 라이브 연주! 대략 10살에서 15살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드럼, 기타, 키보드, 베이스를 연주하는데 처음에는 설마 라이브는 아니겠지... 왜냐하면 자기 키만 한 악기들은 들고만 있기에도 무거워보였고, 또 대개 공연에서 배우가 연주를 해야 할 땐 치는 척만 하고 오케스트라가 대신 연주해주니까. 그런데 웬걸.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아역배우들이 프로 뮤지션 빰치는 놀라운 연주 실력을 라이브로 선보이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웨버가 올해 1월부터 뉴욕, 시카고 등지의 학교에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한 배우들이었다.
아이들에게 음악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만든 웨버의 선물 같은 뮤지컬 한 인터뷰에서 웨버에게 그의 전작에선 볼 수 없었던 <스쿨 오브 록>만의 감상 포인트를 물었을 때, "이 뮤지컬은 이 쇼에 참여한 개개인의 인생을 음악이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관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평생 뮤지컬 음악 속에 살며 거장은 느꼈을 것이다. 음악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그 파워를. 그래서 거장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음악수업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 속에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 아팠을 것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처럼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감동받고 행복한 꿈을 꾸길 소원했고, 그런 거장의 소원이 <스쿨 오브 록>이라는 뮤지컬로 탄생하지 않았을까? 뉴욕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의 학교에서 학생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즐기며 행복한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다음 세대들에게 주는 거장의 선물, 이것이 <스쿨 오브 록>이다.
'스모크 온 더 워터' 와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한 무대에~
음악은 'Math is a Wonderful Thing', 'School of Rock'을 포함 원작에서 나온 노래들이 테마처럼 사용되고, 여기에 웨버가 작곡한 클래식 음악이 록과 밸런스를 이루며 드라마를 발전시킨다. 특히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여교장 로잘리는 사립초등학교의 고전스러움을 대표하듯 시종일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 아~~~'로 잘 알려진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부르는데, 그녀가 그 고음을 시원하게 뽑아낼 때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진다.
<다운튼 애비>의 작가 줄리안 펠로우즈의 대본
대본은 <고스포드 파크>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 영국 국민 드라마 <다운튼 애비>의 제작과 극본을 맡은 줄리안 펠로우즈가 맡았다. 뮤지컬의 스토리는 영화를 그대로 따른다. 듀이 핀은 끓어오르는 록스피릿을 주체하지 못해 공연에서 메인보컬보다 심하게 오버하다 밴드에서 잘린다. 월세까지 밀려 집에서까지 쫓겨날 위기에 처한 그가 우연히 받은 전화 한 통-그의 친구가 사립 초등학교 대리교사로 취직됐다는 기쁜 소식! 급한 김에 친구를 사칭해 가짜 선생이 된 듀이는 공부 밖에 모르는 모범생들을 록큰롤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고, 급기야 부모들 몰래 록밴드 경연대회 참여까지 작당한다.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뮤지컬에서는 학생들과 부모들의 이야기를 추가해 드라마에 깊이를 더한다.
잭 블랙에 버금가는 알렉스 브라이트만의 '듀이 핀'
원작의 팬이라면 잭 블랙의 그 천연덕스러운 철면피 악동 로커 연기를 원작의 백미로 꼽을 것이다. 뮤지컬에서는 그동안 <위키드>, <마틸다>, <빅 피쉬>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여온 알렉스 브라이트만이 듀이 핀으로 아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왜소한 미소년이었던 그의, 마치 비포 앤드 애프터를 보듯, 거대해진 모습과 대체 그동안 봐왔던 그 알렉스가 맞나 싶을 만큼 능청스럽고 요란스러운 연기는 영화에서 잭 블랙의 열연만큼이나 단연 압권이다. 몸을 아끼지 않고 무대 위로 날아다니고, 잭 블랙도 영화에서 몇 번씩이나 NG를 냈을 것 같은 장면들을 깔끔하게 소화해낸다. 하도 땀을 많이 흘려서 셔츠에 벤 땀을 양동이에 짜가며 연기를 한다는 소문.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느라 드라마가 필요 이상으로 단순해진 느낌이 든다. 갈등의 해결이 너무 쉽고, 아이들이 록음악에 빠지는 이유가 잘 설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족뮤지컬로서는 최고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쉽고 그리고 신나니까. 알렉스 브라이트만이 뿜어내는 뜨거운 록스피릿과 록큰롤 베이비들의 열정적인 라이브가 앞으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 또한 많은 미래의 브로드웨이 스타들도 키워내지 않을까 싶다. 과연 이 음악 신동들은 <캣츠>의 '윈터 가든 씨어터 18년 장기 공연'이라는 역사를 깰 수 있을까? 이 공연은 12월 6일 정식 오픈된다.
사진제공: O&M Co.
글: 강경애
뉴욕에서 뮤지컬극작 전공 후,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비 라이크 조> 등을 쓴 작가. 뉴욕에 살며 오늘도 뮤지컬 할인 티켓 구할 방법과 재미있는 작품 쓸 방법을 궁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