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예능’ 전성시대다. 원조 육아예능인 MBC ‘아빠, 어디가’부터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이르기까지 주말 안방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는 것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육아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은 단지 아이들의 재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겠지만 육아예능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아이들의 ‘아빠’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육아와 가사에 애쓰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연예인 아빠들의 모습은 ‘슈퍼대디’(super daddy) ‘프렌디’(friend+daddy)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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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성시청자의 관점에서 보면. 육아예능은 오늘날 한국의 여성들이 처한 현실적 문제에 일말의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미 한국사회는 여성들의 취업이 일상화 되었으며 여성은 더 이상 ‘안 사람’이 아니라 ‘바깥사람’의 일까지 도맡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워킹맘(Working Mom)’ 내지 ‘슈퍼맘(Super Mom)’이라는 어휘는 이런 현대 한국 직장여성의 처지를 반영한 말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오랜 고정관념도 뿌리 깊게 박혀있다. 우리 시대의 직업여성들은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직업활동도 해야 하는 동시에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이었던 육아와 가사 역시 해결해야하는 이중의 딜레마에 처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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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측면에서 프랑스의 여류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가 자신의 저술 「제 2의 성」에서 주창한 바 있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란 명제는 우리에게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는 실존주의 철학의 기본에 입각해서 보부아르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선천적으로 결정지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 정치,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해서 만들어진 후천적인 것이며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여성의 사회적 역할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 명제를 살짝 뒤집어보자. ‘남성 역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아빠는 엄마의 역할을, 엄마는 아빠의 역할을 서로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맞벌이와 야근이 상식으로 자리잡은 이 고단하고 팍팍한 현실 속에서 가정을 만들거나 유지할 수가 없다. 여성이 전통적 남성의 생계 책임을 일부 떠맡게 된 지금, 남성 또한 여성의 육아, 가사 부담을 짊어져가야 한다. 더 이상 고정된 성역할은 없다. 그에 관한 편견과 선입견만이 있을 뿐이다. 육아예능 프로그램은 아직도 기존의 가정, 기존의 성역할 인식에 고착화된 우리의 굳은 인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TV 모니터 속 슈퍼대디와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에 가려진 ‘평범한 가정’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바람직한 형태의 새로운 가족공동체를 모색해야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