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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세계百 리뉴얼이 불편한 이유

김미경 기자I 2013.08.18 10:58:07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산 브랜드를 퇴출시키고 그 자리에 비싼 수입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이 최신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결과라고요?”

국내 백화점들이 한국 브랜드를 지나치게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세계(004170)백화점 본점 신관은 2005년 개점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 불황을 극복하고 고객들 발길을 붙잡기 위해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신관 3~5층을 최신 유행을 반영한 고급 패션 매장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내 브랜드들이 대거 퇴출되고 그 자리를 수입 브랜드로 채운다는 사실이다. 이에따라 바네사 브루노·IRO·빈스 등 15개 안팎의 브랜드가 새로 입점하는 반면 최연옥·신장경·쉬즈미스·요하넥스·시슬리 등 국내 여성복을 중심으로 50개 브랜드는 철수한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상품성을 검증 받은 해외 선진 브랜드를 도입해 패션 전문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는 게 신세계 관계자가 밝힌 브랜드 교체 이유다.

20여 년간 백화점과 동고동락해왔던 국산 의류업체들은 황당해 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다 SPA브랜드 등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에 백화점마저 고전하는 국내 브랜드를 직접 내쫓고 있다”며 “그간 함께 성장해온 공은 사라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백화점들의 국산 홀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보통 6개월 단위로 하는 MD개편 때마다 국내 브랜드가 해외 명품 브랜드에 자리를 내 주는 일이 잦다. 이너웨어(내의·속옷)에서 유아동복, 남성복 및 골프복, 여성복 등 범위도 넓어졌다.

차별화를 위해, 혹은 새로운 실험이거나 도전정신이라면 존중할 일이다. 그러나 최근 신세계 본점 리뉴얼은 고급화를 이유로 수입 브랜드만 늘리는 매장 개편은 납득하기 힘들다. 더욱이 “새로운 트렌드를 맞춘 행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부 명품선호 현상을 한국 소비자의 보편적 현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백화점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면 입점업체들은 연주자, 소비자는 관객과 같다. 지휘자는 연주자들을 잘 이끌고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킬 의무가 있다. 연주자들 중에는 실력이 조금 못 미치는 이도 있다. 그렇다고 그를 배제한다면 하모니(상생)는 완성되지 않는다. 관객 역시 주입식 연주에 만족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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