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금융지주 2분기 성적표 `충당금`이 갈랐다

원정희 기자I 2010.08.01 13:26:04

충당금 대폭 늘어난 국민·우리 적자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올 2분기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의 성적표는 대손충당금 규모에 따라 희비가 뚜렷히 갈렸다.

물론 건설·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충당금이 1분기보다 늘어났고 이에 따른 당기순이익도 전 분기보다 줄어들은 점은 대부분 은행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충당금 규모가 1조원 넘게 대폭 늘어나면서 `어닝쇼크` 수준의 적자를 낸 곳과 상대적으로 양호한 이익을 낸 곳들이 분명하게 나뉘어졌다.

KB금융(105560)지주는 2분기에만 무려 1조5000억원 가까운 충당금을 쌓으면서 335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번 충당금 적립 규모는 지난 1분기의 4116억원보다 1조원 넘게 불어난 것. 지난 한 해 KB금융이 추가로 쌓은 충당금 2조5379억원의 절반 이상을 한 분기에 쌓았다는 얘기다.

신현갑 KB금융 부사장(CFO)은 "당초 충당금 규모를 5000억원 정도 예상했는데 건설 조선 구조조정과, 법정관리를 신청한 오리엔트조선에 대한 건전성분류 강화, 부동산PF 등에 대한 신용도 재분류로 9900억원 정도를 더 쌓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달 전만 해도 2000억원 안팎의 이익이 예상됐으나 갑작스럽게 적자로 전환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어윤대 새 금융지주회장이 취임하면서 전임CEO때 벌여놓은 대출과 관련한 추가 부실가능성을 사전에 모두 털고가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요인으로 추가로 쌓은 충당금을 제외하고도 50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은 점은 다른 은행지주와 비교할 때 적지 않은 규모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우리금융(053000) 역시 구조조정 등에 따른 충당금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400억~500억원 수준의 당기순손실을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의 부실과 자회사인 경남은행 금융사고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한금융지주는 5886억원의 이익을 냈다. 전 분기보다는 24.5% 줄어든 규모지만 은행계 금융지주사 가운데 최고 이익을 기록했다.

충당금 규모가 3070억원에 그쳤던 것이 큰 몫을 해냈다. 이는 금융위기의 한 가운데 있었던 지난해 2분기의 충당금 5314억원보다 42.2%나 줄어든 것이기도 하다. 또 KB금융은 순이자마진(NIM)이 악화되면서 이자이익이 줄어들었던 것에 비해 신한지주(055550)는 이자이익이 2.5%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기업은행(024110)은 전 분기보다 45% 늘어난 5808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지만 3069억원의 이익을 내면서 양호한 성적표를 내놨다. 중소기업대출 등 자산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이자이익이 전분기보다 5.9%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전 분기보다 이익이 39.9%나 줄어들면서 1808억원의 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기업구조조정과 충당금적립정책 강화 등으로 지난 1분기보다 충당금을 55.4%(1665억원)를 더 쌓았기 때문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충당금을 많이 쌓은 만큼 경기가 회복되면서 충당금 환입에 따른 이익도 날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은행실적은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와 금리 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회복에 따라 갈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관련기사 ◀
☞KB금융, 새 CFO에 윤종규 씨 영입
☞KB금융 2분기 3350억원 적자..충당금 1.5조 영향
☞찢고 합치고 떼내고…KB금융 조직개편안 윤곽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