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지난주 정책금리를 연 1.0%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 6월에 이어 석 달 만에 또 올렸다. 이로써 정책금리는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우에다 가즈오 일은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일본의 금리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엔 캐리 트레이드와 연관이 깊기 때문이다. 일본 자금이 확 빠져나가면 해당국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거품 붕괴로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자 일본은 1990년대 말 제로금리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자국 내에서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한 일본 금융사와 개인투자자들은 밖으로 눈을 돌렸다.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도 그중 일부다. 이렇게 고수익을 좇아 전세계에 풀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적어도 1조달러, 많게는 수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년 전 7월 일은은 금리를 0.25%로 올리면서 제로금리 정책을 전격 폐기했다. 그 뒤 서서히 인상 페달을 밟아 이번에 1.25%까지 높였다.
일은이 금리를 올린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일본 소비자물가는 오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최근 물가안정 목표인 2%에 근접했다. 올해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는 2.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등이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미국의 압력이라는 외부 변수도 더해졌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일본이 금리를 올려 엔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뜻을 꾸준히 밝혔다. 엔저 곧 엔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넓게 보면 일본은 제로금리라는 비상조치를 정상화하는 과정에 있다. 그 불똥이 우리한테 튀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 2024년 일은이 금리를 전격 인상하자 닛케이 지수와 코스피가 급락하는 등 세계 증시가 발작을 일으킨 적이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주수요자인 해외 헤지펀드 등이 황급히 자금을 회수하는 등 청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지금처럼 시장과 소통하며 점진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펴면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리 대비책을 세워서 나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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