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떠돌던 말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는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기업들이 신입사원보다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청년 고용률이 26개월째 뒷걸음치고 있는 것도 이런 채용 시장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취업하려면 경력이 필요하고, 경력을 쌓으려면 취업부터 해야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 청년들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빠른 확산이 청년들의 취업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벽으로 등장했다.
그간 AI를 둘러싼 일자리 논쟁은 주로 ‘사람의 일자리를 얼마나 빼앗을 것인가’에 집중됐지만, 정작 타격은 아직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들이 받고 있다. AI가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한 신입들이 맡아온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초급 업무부터 빠르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반 기업에서는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자료를 검색, 정리하거나 데이터를 입력하는 일 등을 이미 AI가 대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직도 예외는 아니다. 자료 검색과 분석, 초안 작성 등 AI가 빠르게 파고드는 영역은 공교롭게도 저연차 변호사와 회계사들이 주로 담당해온 업무와 겹친다.
신입 직원이 초급 업무를 통해 회사의 사정을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숙련된 인력으로 성장하는 단계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AI가 빼앗는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청년들의 ‘첫 경력’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당장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AI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를 굳이 비용을 들여 사람에게 맡길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합리적인 선택이 쌓여 만들어질 미래가 문제다. 모든 기업이 경력직만 원한다면 그 경력자는 누가 키워야 하는가. 모든 일을 AI가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판단하고 검증하며 책임질 숙련 인력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처럼 기업에 신입을 많이 뽑으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기업이 청년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비용과 부담을 낮추고 청년을 미래의 숙련 인력으로 키울 유인을 만드는 일을 정부가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청년 첫 경력 국가책임제’를 꺼내든 것은 시의적절하다. AI 시대 청년들이 받는 타격을 인지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기존의 정책처럼 실효성이 낮으리라는 우려가 있다. 그간도 비슷한 사업들이 있었지만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경험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일에 대한 경험을 만들어준다는 제도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국 짧은 기간 단순업무만 반복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청년이 몇 개월간 어느 기업에서 일했느냐가 아니다. 그 기간 무엇을 배우고 어떤 직무 능력을 갖췄느냐다.
첫 경력 국가책임제에 참여할 기업에 대한 지원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청년을 몇 명 채용했느냐보다 기업이 청년에게 실제 직무와 훈련 기회를 제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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