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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 비용 40% 뛰었다"…고환율에 기업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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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25.10.13 05:00:51

[기업들 고환율 쇼크]
1400원 뚫고 계속 치솟는 환율
트럼프 리스크에 수출기업 달러 비축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악순환 불러
환 변동 취약한 中企부터 직격탄

[이데일리 김정남 김영환 이정윤 기자] 대구에서 중견 식품가공 업체를 운영하는 K 대표는 요즘 치솟는 환율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이 업체는 주로 베트남에서 원재료를 수입하고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사업을 하는데, 달러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K대표는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데다 베트남 태풍으로 농산물값이 치솟아, 최근 수입 원재료 가격이 40~50% 올랐다”며 “그렇다고 판매가를 올릴 수는 없어 수익성에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 정책자금을 알아봤다가,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도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정도여서 포기했다고 한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전례 없는 ‘트럼프 리스크’에 환율이 갑자기 치솟으면서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12일 외환시장, 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431.5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스와프포인트(-2.1원)를 감안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 종가(1421.0원) 대비 12.6원 올랐다. 환율 상단을 1500원 이상으로 열어둬야 한다는 게 최근 시장 기류다.

환율 급등세는 미국의 기업 투자 압박 탓이다. 주요 수출 대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달러화를 쌓아두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기업 상당수가 달러화를 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화를 쥐고 있는 게 추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혹시 모를 트럼프 리스크를 감안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셈이다.

환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 중소 가구업체의 B 대표는 “수입 원부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경기 불황 탓에 가격을 인상할 수는 없다”며 “마진 악화를 감내하고 있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미국 관세 통상리스크대응 긴급자금은 1000억원 편성돼 있는데, 이미 90% 가까이 집행됐다.

대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상반기 56조4773억원 규모의 원재료를 매입했다. 환율 추가 급등은 조(兆) 단위 비용이 더 든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 다른 대기업 고위인사는 “최근 회의 때마다 환율이 화두”라며 “1400~1500원대를 전제로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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