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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이번 케이스는 소비자와 업체 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으로 이어지게 됐는데요.
A씨는 작년 10월 6일 B업체 매장에서 한우 사골 2개(1.8kg)와 잡뼈(1kg)를 구매하고 8만 8700원을 결제했습니다. A씨는 뼈를 냉동 보관하다 한달 뒤쯤인 같은해 11월 20일 물에 담가 핏물을 씻어내고 솥에 넣어 5시간씩 3회 우려내 냉장 보관했습니다.
문제는 이틀 뒤 발생했습니다. A씨가 냉장 보관하던 사골 국물을 먹으려던 중 이물질이 발견된 것입니다.
A씨는 즉시 매장에 방문해 직원에게 이물질이 나왔다고 항의했습니다. 매장 직원은 이물질이 가정 주방에서 사용하는 휴지 종류라고 안내했고, A씨는 자신의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휴지가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B업체는 해당 휴지는 사골 제조 과정에서 들어갈 수 없는 이물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비자원은 A씨의 요구를 기각했습니다.
우선 소비자원은 양측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선 휴지의 정확한 성분을 밝히는 전문적인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 해당 검사는 상품 매매 금액보다 더 큰 비용이 소요되므로 분석을 진행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가 이물을 섭취해 신체상 위해가 발생한 게 아니라 판매 대금 8만 8700원의 환급 책임이 있는지가 주된 쟁점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원은 이물질이 어디서부터 혼입됐는지에 대한 입증 책임이 A씨에게 있다고 봤습니다. 이 사건 사골 뼈는 공산품과 같이 포장된 균일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구매 전부터 이물이 존재했는지, 구매 이후 혼입된 것인지 규멍하기 어려우므로 구매자는 구매 전 상태를 살펴야 하고, 구매 당시 발견하지 못한 이물을 나중에 발견했다면 그것이 구매 전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소비자원은 ‘주방 휴지 종류라도 자신의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종류라는 점에서 구매 후 혼입됐을 가능성이 없다’는 A씨의 주장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같은 사정만으로 B업체에 책임이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물질이 구매 전부터 있었다면 A씨가 핏물 제거와 세척 과정을 거친 후 사골을 우려내는 과정에서 충분히 발견했을 정도의 크기라는 점에서 구매 전부터 이물질이 있었다고 볼 개연성은 더 희박하다고 봤습니다.
또한 소비자원은 사골 구매 영수증 하단에 ‘모든 물품은 구입 즉시 확인해 주세요’라고 돼 있고, 반품 접수기한에 ‘구입 후 7일까지’라고 돼 있어 A씨가 구매 이후 물품을 자세히 확인했다면 이물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도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