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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중부 카셀 주립대학의 본관 앞에서 8일(현지시간) 평화의 소녀상을 영구히 설치하는 제막식이 열렸다. 이 소녀상은 이 학교 학생의회의 의결로 세워졌다.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독일 사회 저변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대학 측은 소녀상을 위한 부지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 동의했고, 학생의회는 총학생회의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독일 대학 캠퍼스 내 최초, 공공부지에는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에 이어 두 번째다.
토비아스 슈노어 총학생회장은 “독일 대학에선 처음으로 소녀상을 우리 학교 캠퍼스에 영구히 세우게 된 것은 소녀상이 저항의 상징이기 때문”이라며 “고향인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시민들이 일본의 교활한 철거 시도에 맞서 소녀상을 지켜냈다”고 말했다.
소녀상 옆에는 ‘전시 성폭력은 현재도 여전히 발생하는 문제다. 소녀상은 2차 세계대전 중 아시아와 유럽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전쟁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투쟁한 이들의 용기를 기리는 의미다’라고 새긴 안내판이 함께 마련됐다.
학생들은 소녀상 설치를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매년 학술행사와 전시회, 워크숍 등을 열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소녀상을 관리하기 위해 대학 내 ‘캠퍼스에 소녀상을’이라는 후원회를 공식 발족해 운영할 예정이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올해 초 대학 캠퍼스 내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는 뜻을 베를린 소녀상을 세운 코리아협의회에 밝혔다. 일본의 철거 시도에도 베를린 소녀상을 굳건히 지켜낸 모습을 봤다며 ‘카셀 도큐멘타’를 계기로 전시 여성 성폭력 반대의 상징으로 소녀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학생들의 뜻에 감동한 조각가 부부 김운성·김서경 작가는 이들에게 영구대여 형태로 평화의 소녀상을 기증했다.
김운성 작가는 “미국이나 필리핀, 한국 대학 등에서 소녀상은 설치되기 전부터 일본의 억압과 철거 시도에 시달렸는데, 독일 카셀대 학생들이 소녀상을 영구설치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풍경은 극우세력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국내와 대조적이다. 지난달 주 대표 등 일부 국내 극우 인사들이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며 원정시위를 벌인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주 대표의 페이스북에는 그가 김병헌 국사교과서연구소장,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요시다 켄지 등과 함께 현지 소녀상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진까지 게재됐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20년 9월 25일 미테구 비르켄가에 설치됐다.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독일 측에 항의하자 같은 해 10월 미테구청이 철거 명령을 내렸으나, 코리아협의회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철거 명령이 보류됐다. 이후 미테구청은 지난해 9월 구청 도시공간 예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올해 9월 28일까지 설치 기간을 1년 연장했다.
소녀상의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일본 측은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주 대표 등 국내 우익단체 수장들이 일본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광복회는 지난 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참으로 참담할 뿐”이라며 “광복회는 시대의 아픔에 공감했던 독립운동가 선열들의 명예를 걸고 민족 정서를 배반하는 주씨의 몰지각한 행위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래 한일관계 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일본의 해당 언론의 망언에 대해 삼가길 엄중히 경고하는 바”라며 “국제적 망신으로 역사 인식 차원에서 평행선을 가고 있는 한일관계는 과거 식민지배의 역사범죄에 대해 가해국인 일보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