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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치킨’은 롯데마트에서 2010년 12월 판매하기 시작한 자체 브랜드(PB) 상품이다. 당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치킨값이 1만5000원을 넘어서면서 지나치게 비싼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비판여론이 형성되던 상황이었다. 롯데마트는 이를 노려 치킨 한 마리를 5000원의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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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열광한 통큰치킨… 업계 반발로 퇴장
통큰치킨은 사전 대량 물량 기획과 기존 설비를 이용해 원가를 줄여 가성비(가격 대비 얻을 수 있는 효능)가 뛰어난 제품이었다. 다만 각종 염지와 시즈닝으로 맛을 더한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맛에서 경쟁하기 어려웠다. 또한 기존 치킨 소비자들이 배달 서비스로 치킨을 소비했기 때문에 마트까지 직접 찾아가야 하는 통큰치킨은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아니었다.
통큰치킨이 출시되자 소비자들은 롯데마트로 몰리기 시작했다. 통큰치킨은 개점 3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높은 가격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이 일종의 항의 개념으로 값싼 대체재인 통큰치킨을 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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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정진석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또한 트위터에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매일 600만원씩 손해보면서 하루에 닭 5000마리를 팔려고 한다”며 “혹시 ‘통 큰 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 큰 전략’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부의 압박까지 들어오자 롯데마트는 결국 출시 4일만에 통큰치킨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맛은 좀 떨어지지만 값싼 치킨과 좀 더 비싸지만 맛있는 치킨이란 선택지를 고를 수 있었는데 프랜차이즈 업계의 항의로 전자의 선택지가 “저가에 우리가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냐”, “통큰치킨에 반발한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에 정이 떨어졌다”는 부정적 여론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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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던 통큰치킨은 2019년 3월 부활한다. 한정판매 상품으로 부활한 통큰치킨은 출시 일주일간 8만 마리나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롯데마트는 저가형 치킨인 ‘큰 치킨’을 론칭했다. ‘큰 치킨’은 1마리당 99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롯데그룹의 통합 쇼핑 플랫폼 ‘롯데ON’(롯데온)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저가형 치킨을 내놓는 추세다. 편의점 GS25는 지난 15일 순살 치킨 조각 ‘치킨25’로 패키지를 구성한 ‘쏜살치킨’을 선보였다. 640g으로 성인 2~3명이 즐길 수 있고, 매콤한 양념과 치킨무, 펩시 190㎖를 포함해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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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대기업들이 앞다퉈 저가형 치킨을 내놓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응은 통큰치킨이 처음 출시된 11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2019년 통큰치킨이 재출시됐을 때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게 전부다. 저가형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을 찾는 소비자 층이 다르고 당시 통큰치킨 퇴출 사건으로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한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가 교수는 “마트에서 치킨을 사는 사람과 주문해서 먹는 사람은 목적성이 다르고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맛, 가격 등 제품 차별성도 뚜렷하다”라면서 “현재 마트 치킨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프랜차이즈가 있다면 그건 스스로가 마트 치킨 수준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자인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단 강자 대 약자 논리가 약해진 것도 한 몫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