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인구 3만 명 미만 지자체는 12곳이다. 불과 10년 만에 6곳 더 늘었다. 강원 고성군, 경남 의령군, 전북 임실군, 전북 순창군, 전남 곡성군, 충북 단양군이 새로 추가됐다. 낮은 출산율과 전출 인구 증가 때문이다. 감소 속도 또한 빠르다. 10년 전 3만26명이던 고성군은 2만6,687명(-12.5%)으로 줄었다. 주민 10명 중 1명 이상 사라졌다. 경남 의령군(-12.4%), 전북 임실군(-11.8%)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서울 서초동은 17만4,012명이다. 또 경기 신중동은 13만1,433명이다. 수도권 한 개 동(洞) 인구가 기초 지자체 4~5곳을 합한 것보다 많다. 반면 지방도시는 갈수록 쪼그려 들었다. 지방 내에서도 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전주 서신동 인구는 4만1,400명. 인접한 군 단위 진안, 장수, 무주, 임실, 순창보다 많다. 수도권은 지방을, 또 지방에서도 큰 도시는 인접 시군을 빨아들이고 있다.
평균 연령도 크게 차이난다. 서울 서초동 평균 연령은 40.7세, 전북 무주군은 70세. 수도권은 비대하고, 지방은 갈수록 쇠락하는 이유다. 지방소멸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초등학교다. 경북 봉화 소천초등학교 전교생은 27명이다. 본교와 3개 분교를 더했다. 전북 군산 비안도 초등학교는 올해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폐교했다. 지방 쇠퇴와 지방도시 폐교는 맞물려 있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폐교는 3개교였다. 반면 전남 828개, 경북 729개, 경남 582개, 강원 460개, 전북 325개, 충남 264개, 충북 253개 등 지방에 집중됐다. 일본 소도시 여행 때마다 놀라는 게 공동화 현상이다. 한적함을 즐기는 것도 잠시, 적막한 소도시는 우울하다. 온통 70대 이상 노인들로 가득한 지방도시는 회색으로 다가왔다. 어느덧 우리도 그 그늘에 들어섰다.
정치권에서 국가균형발전은 해묵은 과제다. 노무현 정부에서 지역균형발전 의지는 강했다.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내려 보내고, 세종시에는 정부 부처를 옮겼다. 국회 본원 이전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래도 지방소멸은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다. 최근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 활동도 눈에 뜨인다.
지난해 6월 특례군 지정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인구 3만 명 미만 또는 제곱킬로미터 당 평균 40명 미만 지자체를 ‘특례군’으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고, 재정 자립도가 군(郡) 지역 평균 미만이면서 소멸 위험지수 0.5 미만인 곳을 ‘특례군’으로 지정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개정안은 지방소멸 위기를 고려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시군구에 특례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1년 유예한 뒤 내년 1월13일부터 시행된다. 정책 지원이 기대된다. 그렇지만 누구도 지방소멸이 해소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지방소멸과 고향 상실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누구든지 고향에 돌아갔을 때, 그걸 대하면 ‘아, 드디어 고향에 돌아 왔구나’ 싶은 사물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이십 리 밖에서도 보이는 고향의 가장 높은 봉우리일 수도 있고, 협곡의 거친 암벽 또는 동구 밖 노송일 수도 있다. 그리워하던 이들의 무심한 얼굴, 지서 뒤 미루나무 위 까치집이나 솔잎 때는 매캐한 연기 내음일 수도 있다.”
이문열이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라는 소설을 내놓은 지 벌써 41년 흘렀다. 정말 다시는 고향에 갈 수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