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모(37)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그제 선고에서 국가가 최씨와 그의 가족에게 16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담당 경찰관과 검사가 그중 최씨 본인에 대한 지급분 13억원의 20%인 2억6천만원씩을 각각 부담하라고 했다. 해당 경찰관은 수사 과정에서 최씨를 구타하면서 허위 자백을 하도록 강요했고, 해당 검사는 나중에 자수하고 나선 진범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는 반인권적 위법 수사와 기소에 대한 경찰관과 검사 개인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국가 공권력의 위법적이거나 자의적인 행사도 결국은 공무원 조직과 개인에 의해 실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야 처음으로 위법 수사와 기소에 대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공무원 개인의 책임을 물은 판례가 나온 것이다.
최씨는 2000년 전북 익산시 약촌 오거리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최초 목격자로서 수사에 적극 협조했지만 오히려 진범으로 몰려 무려 10년간이나 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는 만기 출소 뒤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2016년 무죄를 선고받고 이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배상 판결로 그의 잃어버린 10여년 세월이 온전히 보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억울한 옥살이와 그와 관련된 일련의 재판이 우리 사회에 크나큰 경종이 됐다는 데서 그가 일말의 위안이라도 얻길 바란다. 민주화됐다는 21세기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어이없는 국가 공권력의 반인권적 횡포가 자행되고 있음이 그를 통해 여지없이 폭로된 셈이다.
조직의 관행이나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 순종하는 이른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은 법원의 이번 배상 판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최씨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과 검사는 영혼 유무를 떠나 인권의식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을 포함한 경찰과 검찰 내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합작이 최씨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고통과 눈물을 안겼다. 공무원은 너나 없이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일에는 순종하기를 거부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