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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게 바란다

정수영 기자I 2021.01.11 06:00:00

공급확대 시그널 긍정적·民의 역할 확대해야
''부동산 정치'' 말고 ''정책'' 펼쳐야 시장 호응

발언하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님, 먼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잘 아시겠지만, 변 장관님 취임을 두고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막말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학자시절 강조해온 각종 주택정책들이 현재 시장경제 상황과는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재인정부 초기, 몇몇 교수들이 청와대에 등판해 학자 시절 주창해온 본인의 철학을 실물경제에 적용했다가 뒤탈이 나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이나 모든 국민이 1주택만 갖게 하자는 철학은 현재 상황에선 분명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장관님이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민간의 역할 확대해야

다행히 장관님은 취임과 동시에 연일 ‘공급확대’ 행보를 하시면서 시장의 불안을 다소 누그러트리고 있습니다. 취임사에서 “도심 내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구체적 방안을 설 명절 전에 발표하겠다”고 밝히셨죠. 이후 연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변창흠표 공급정책은 이런 것이다’는 것을 맛보기로 내놓고 있습니다. 주택공급 담당 공기업, 협회 수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주택공급 확대도 부탁했습니다.

변창흠표 공급정책은 이달 안에 구체적 내용이 나오겠지만, 축약을 해보자면 서울 도심에 높은 층수의 아파트빌딩을 많이 지어 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는 게 핵심으로 보입니다. 김현미 전 장관 시절 발표한 3기신도시나 군부대·유휴부지 개발을 통한 공급도 차질없이 추진하겠지요. 여기에 공급정책이 중장기 방안이다보니 사전청약이란 묘수를 써서 사람들의 주택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됩니다.

좋습니다. 대기수요 증가에 따른 전세난이 우려되긴 하지만, ‘패닉바잉’까지 하는 이 성급한 수요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 말입니다. 다만 생각해볼 것들이 있습니다. 공공주도 공급의 한계입니다. 정부가 하겠다는 도심 내 공급은 모두 공공이 관여하는 형식입니다. 재개발·재건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공동 시행사인 주민(조합)들과의 마찰이 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칫 조합과의 불협화음으로 집값만 올려놓고 사업은 흐지부지될 수 있습니다.

민간 주도의 사업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어차피 ‘철저한 이익환수’라는 전제조건을 내건 만큼, 민간이 자발적으로 공급에 뛰어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특히 현재 서울 안에 추진중인 재건축 단지들은 수요가 가장 많은 ‘똘똘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핵심지역들입니다. 정비사업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했는데도, 당장 집값이 오를까봐 지정조차 안해 주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공급을 통한 주거안정이란 정책 목표와도 상충합니다.

1~2인 가구를 위한다면서 호텔이나 원룸형 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도 주거공간이 넓고 커뮤니티시설이 잘 갖춰진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지, 주차공간도 좁고 어두침침한 모텔같은 호텔이나 비좁은 단칸방에 거주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단기효과 내기에 급급해 1인 가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이런식의 주택만 대거 늘리는 것은 잘못입니다.

◇소통 필수, 과속정책 지양해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관님이 소통을 잘할 것이란 기대감입니다. 솔직히 전 장관 시절엔 목표가 단 하나였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값 하락’이란 목적 하나에 경도돼 있었습니다. 특히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일념 하나에 사로잡혀 민심을 헤아리는 데는 뒷전이었습니다. 집값만 잡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본 것이겠지요. 시장을 제대로 읽는데도 실패했습니다. 집값이 오르는 근본 원인은 실거주 목적의 실수요 증가였는데, 투기꾼 탓으로마나 돌렸습니다. 특히 고가주택이나 2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투기꾼·적폐로 정의하고, 대출막기·세금중과 등 수요억제에 올인했습니다. 그 사이 실수요자 피해가 더 컸고,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불러왔습니다.

여기에는 불통이 있었습니다. 이전 정부까지만 해도 국토부 장관이 직접 부동산전문가들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통해 시장 상황을 파악하거나 조언을 구했습니다. 언론과의 소통도 원활한 편이었습니다. 국토부를 출입하는 일선 현장 기자들뿐 아니라 각 언론사 데스크, 논설위원들과의 모임을 통해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장관 시절 3년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고, 데스크들과의 공식적 간담회도 없었습니다. 일부에선 “국토부 장관이 본인의 마음에 맞는 전문가들 얘기만 듣는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현장상황을 모르고, 민심을 모른 채 수립하는 정책이 얼마나 성공하겠습니까. 다행히 변 장관님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학자출신이라 자기주장은 강하지만,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 소통능력은 분명 있다”고 말합니다.

일부에선 장관님의 남은 임기가 1년여밖에 안돼 단기성과를 내기 급급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전 장관시절과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 내 ‘집값을 잡겠다’며 과속 정책 추진을 할 것이란 얘깁니다. 주택공급은 장기 정책입니다. 단기간에는 호재로 받아들여 집값 상승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감내해야 합니다. 일부 우려처럼 단기간 성과를 내겠다며 과속을 하면 안됩니다. 그런 뒤에야 시장은 안정되고, 집값은 서서히 떨어질 것입니다. 장관께서 학자 시절 주창했던 환매조건부 주택이나,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도 그런 후에야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올해도 재정확대 정책 등으로 집값 하락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긴 안목으로 공급정책을 추진한다면, 이후 역사는 주거안정의 시작점은 ‘변창흠’이었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장관님, 부디 부동산정치 말고 정책을 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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