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정부가 또다시 핀셋방역 대책을 내놨다. 연일 10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대신 기존 조처에서 숙박시설 예약 50% 제한, 파티룸 집합금지, 스키장 등 겨울스포츠시설 집합금지, 정동진 등 주요 관광명소 폐쇄 등을 추가로 얹었다. 특별방역 강화 대책이라고 이름도 내걸었다. 각종 모임과 여행, 파티를 제한한다면 감염 확산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쇼핑몰 등 실내공간 두고 왜 스키장?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스키장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신달순 한국스키장경영협회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쇼핑몰·공연장·영화관 등 실내 공간과 테마파크는 열 체크만으로 영업이 가능한데, 야외 스키장은 바로 닫으라고 한다”면서 “‘왜 스키장만?’이라는 생각에 잠이 안온다”고 토로했다. 급기야 한국스키장경영협회는 성명서까지 내면서 이번 정부 대책을 비판했고, 23일에는 궐기대회를 열며 이번 대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실내보다 실외가 감염전파에 상대적으로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실외스포츠인 스키장 운영중단의 일방적 조치는 사회 및 지역경제를 무너뜨리는 섣부른 결정이다”고 주장했다.
겨울스포츠 시설 운영을 넘어 정부의 방역 대책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지난 8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향 때도 똑같은 논란이 있었다. 당시 학원들은 집합금지시설에 포함되면서 문을 닫았는데, PC방이나 스터디카페 등은 오후 9시까지 영업할 수 있어 신뢰성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세 업종 모두 학생들이 밀집하는 시설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핀셋방역이라면서 겨울 스포츠 시설 영업을 24일부터 1월3일까지 11일간 금지했다. 반면 사람들이 몰리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실내 테마파크 등은 제외했다. 특히 야외스포츠시설인 골프장은 영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스키장 16곳, 빙상장 35곳, 눈썰매장 128곳은 문을 닫아야 한다. 핀셋방역 기준에 국민들과 업계가 의문을 가지는 이유다.
◇핀셋방역, 명확한 기준과 원칙 가져야
한국스키장경영협회도 “코로나 감염 위험성 노출 정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하지만 포괄적 중단조치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면서 “정부에서 조치를 내렸다면 감염정도가 비슷한 모든 산업을 중단해야 옳다”고 문제 삼았다.
주무부처인 문체부도 겨울스포츠시설 집합금지 결정 이유에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고 모호한 기준만 언급했다.
국민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스키장이 더 안전한 게 아닌가” “리프트는 두명만 타고, 마스크도 잘 쓴다” “골프장이나 백화점도 문을 닫는게 맞다” “차라리 3단계로 격상해서 일주일만 전부 문닫자” 등의 반응을 올리며 정부 대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핀셋방역은 감염 장소나 감염 가능성이 높은 곳을 신속·정확하게 선별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선 명확한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백화점·쇼핑몰은 되고, 스키장은 안된다’는 식의 기준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핀셋방역하려다 되려 핀셋차별했다는 오명만 남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