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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가 수십년간 지하도상가 점포의 불법 전대를 허용하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고 뒤늦게 제한하자 임차인들이 재산권 침해라며 8개월 넘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28일 인천시, 점포 임차인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지하도상가 15곳 중에서 민간 상가법인이 운영하는 13곳(3336개 점포)은 올 1월 개정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로 인해 2022년 2월부터 점포 임차권의 양도·양수, 전대를 금지한다. 인천시설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지하도상가 2곳(243개 점포)도 동일하다.
조례 개정은 지난해 5월 발표된 감사원 지적에 따라 이뤄졌다. 인천 지하도상가는 1972년부터 민간업체들이 차례로 조성해 각각 20년씩 사용하고 인천시에 기부했다. 시 소유로 바뀐 상가 점포는 인천시설공단과 상가법인 위탁을 통해 상인에게 임대했지만 불법이 이어졌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상 지자체 소유 점포는 양도·양수·전대가 금지돼 있지만 상인들은 수십년 동안 인천시로부터 빌린 점포를 사고 팔거나 다른 상인에게 월세를 받고 다시 임대해 왔다. 시와 시의회는 이러한 관행이 위법인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 시의회가 2002년 제정한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는 상가법인이 점포 임차권 양도·양수, 전대를 승인하게 허용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불법 양도·양수·전대가 지적되자 시의회는 시와 협의해 올 1월 조례를 개정했다. 시와 시의회는 임차인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임의로 양도·양수, 전대를 2022년 1월까지 허용했다. 또 남은 임대 계약기간이 5년 미만인 점포는 5년간 임대를 보장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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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조치에도 임차인들은 조례 개정 무효화, 재산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시청 앞에서는 올 초부터 8개월 넘게 1인 시위 등이 열리고 있다.
2018년부터 미추홀구 주안역 지하도상가 8.25㎡(2.5평)짜리 점포를 임차한 A씨(50대)는 “당시 1억5000만원을 주고 샀는데 계약 종료시점인 2025년 10월 이후 나가라고 하면 내 돈은 어디서 보상을 받느냐”고 말했다.
이어 “전대로 월세를 받으려고 비싼 값에 점포를 샀는데 시와 시의회 때문에 2022년 2월부터 할 수 없게 됐다”며 “점포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시와 시의회가 조례를 잘못 운영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일부 상인은 인천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부평대아 지하도상가 임차인 B씨(60대)는 “인천시가 양도·양수·전대를 2022년 2월부터 제한하기로 해 점포주(임차인)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천시 의도는 점포주들이 전대를 중단하고 직접 장사를 하라는 것인데 나이 많은 점포주들은 그럴 능력이 안된다”며 “조례 개정 뒤 이미 많은 점포에서 전대가 중단됐고 공실 발생으로 손실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올 초부터 상가법인 임원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회를 통해 임차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상인들이 무리한 요구를 해 합의가 안된다”며 “상인대책위원회가 다음 달 중순까지 의견을 모아오기로 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생협의회는 연말까지 운영 예정이다”며 “그전에 대책을 만들어 지원을 서두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