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살 사람들은 6~7월에 다 샀다. 패닉바잉 시기는 어느 정도 지나간 듯 싶다.”(서울 노원구 S공인중개업소)
8·4 공급대책과 사전청약이 예고되면서 아파트 매수자들의 패닉바잉(집값이 더 오를까봐 서둘러 집을 사는 현상)이 잠잠해진 모습이다. 9월 둘째 주 ‘집을 팔려는 사람’(매도자)이 ‘사려는 사람’(매수자)보다 많아지면서 3개월 만에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했다.
그러나 느긋한 매도자들이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를 낮추지 않고 있는 탓에 매수자와의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 법인·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기 전까지 ‘신경전’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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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KB국민은행리브온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선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우위지수가 96.2를 기록, 13주 만에 100미만으로 떨어진 것이다.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이지만, 100 미만일 경우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매수세가 줄어든 만큼 아파트 매매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1만 5584건이었던 6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7월 1만 624건으로 줄었고, 8월 3992건으로 확 감소했다. 8월 계약 신고가 추가로 접수될 가능성이 있지만 1만건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인중개사무소도 최근 들어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설명한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도자들이 내놓는 물량은 전달과 비슷하거나 조금 늘어난 수준이지만 매수 문의는 체감상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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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노·도·강(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의 사정도 비슷하다. 강북구에서 저렴한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는 ‘벽산라이브파크’ 아파트도 매물이 쌓여 있다. 9월 들어 매매가 1건만 이뤄졌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국토교통 부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매매는 7월 10건이었으나 8월 4건으로 감소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전문대학원 교수는 “8·4공급 대책과 사전청약 예고 등으로 패닉바잉 수요가 잠잠해졌다”며 “이미 6~7월 이례적인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집을 사려는 대기수요가 줄어든 효과도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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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도 집주인들은 호가를 내리지 않는 상황이다. 실거주 목적으로 일부 수요자들이 집을 사들이면서 신고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의 호가는 신고가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전용 84㎡의 호가는 12억 6000만원으로 지난달 22일 신고가인 12억 5000만원보다 1000만원 높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집주인들은 부동산 추이를 보자는 분위기”라며 “가격을 낮춰야 팔린다고 말해도 안 듣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갭투자가 아니라 실거주를 하려는 일부 매수자들은 높은 가격에도 그냥 매수를 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의 ‘실시간 신고가 현황’을 봐도 이달 2~4일 서울에서 거래된 209건의 매매 중 신고가 거래는 108건으로 나타났다. 거래 중 약 51%가 신고가를 기록한 셈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규제로 갭투자 등의 투자수요는 감소하면서 실거주자 중심으로 매수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사업자 말소가 본격 시작하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매물 등이 변수”라며 “해당 매물의 규모에 따라 가격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