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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밥의 위상도 변했다. 나들이에서나 먹을 수 있던 귀한 음식이던 김밥은 이제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간단한 요깃거리가 됐다. 김밥 전문점이나 편의점에서도 가장 저렴한 음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 들어서는 프리미엄 바람을 타고 고급 식자재를 넣은 김밥이나 밥이 들어가지 않은 김밥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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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설로는 일제강점기 당시 건너온 일본의 ‘노리마키’(김말이)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과 밥을 발로 싸는 방식 등은 노리마키와 유사하다. 단 김밥이 노리마키에서 유래했다 하더라도 김밥은 한국 식문화에 현지화돼 속재료나 맛이 달라진 예라 볼 수 있다. 중국의 작장면이 한국에서 짜장면으로 현지화된 것과 일맥상통하다.
◇ 소풍날 특식에서저렴한 한 끼로
1970년대까지 김은 꽤 고가의 식재료였다. 김밥 재료로 사용되는 햄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식자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김밥은 소풍, 나들이, 운동회 때만 먹을 수 있는 특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80년 대 김의 대량 양식의 시작과 더불어 김의 대중화가 이뤄지며 특식으로서 김밥의 지위는 다소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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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프랜차이즈 확산 시기는 편의점 산업의 폭발적인 확장기와 비슷하다. 1982년 롯데세븐으로 시작한 편의점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급격히 확산하며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 자리잡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값싼 한 끼를 원했던 직장인들은 식당보다는 편의점을 찾기 시작했고 편의점 또한 이에 맞춰 다양한 종류의 김밥과 삼각 김밥을 출시했다. 그렇게 김밥은 저렴하게 한 끼를 떼우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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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 업계 분 고급화 바람에 변화하는 김밥
하지만 식품 업계에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김밥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가 ‘고봉민김밥人(이하 고봉민김밥)’이다. 2009년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아파트인 GS하이츠자이 상가에서 시작한 고봉민김밥은 고급 아파트에서 시작한 만큼 프리미엄 김밥을 추구했다. 고봉민김밥을 기점으로 밥 양보다 속재료 양이 많은 김밥들이 줄이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역 김밥집 ‘보슬보슬’은 밥이 들어가지 않은 김밥으로 유명하다. 대표 메뉴인 ‘키토김밥’은 밥 대신 노란 계란 지단으로 채웠다. 식단조절이 어려운 직장인들이 포진한 강남역에서 저탄수 식단인 키토김밥의 인기는 엄청나다. 보슬보슬의 월 매출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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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유(CU)는 ‘편스토랑’에 나온 ‘완도 전복 감태 김밥’(8900원)과 ‘소라 감태 김밥’(3900원)을 지난달 초부터 판매하고 있다. 초도 물량이 90% 이상 판매되며 20여 가지 김밥 중 매출 1위에 올랐다. 감태는 미역의 사촌 격인 해조류로 최근 방송과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세븐일레븐은 콩불고기를 넣은 ‘그린미트 김밥’(2400원)을 선보였다. 콩고기는 콩이나 버섯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에 효모를 주입, 배양해 만들어 일반 고기보다 낮은 칼로리와 지방, 고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최근 건강과 동물 복지를 이유로 채식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단 점을 반영했다.